꿈과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계미년 새해가 정초부터 이리저리 어수선하다. 어제는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도 선거개표 의혹제기와 재검표를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새정부 출범을 위한 정권인수위가 갖가지 개혁안을 속속 내놓고 있는 마당에 한쪽에서는 지나간 선거의 개표의혹 시비를 따지고 있으니 나라분위기가 어수선 할수밖에 없다.
국방문제 또한 북핵위협으로 어수선 하고 이라크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전쟁이 나면 유가가 얼마나 올라서 나라경제가 어느만큼 망가질지도 불안하다. 더구나 새정부팀이 내놓은 재벌정책은 말 꺼내자 말자 재계로부터 정면으로 반격당하고 있다. 관전자인 국민들로서는 마치 권력과 돈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힘겨루기처럼 비치는 마찰에 어수선한 마음과 불안함을 지울수 없는 것이다.
돈을 가진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저마다 마음들이 어수선하니까 부동산경기도 주식도 소비자경기도 바람빠진 풍선처럼 시나브로 꺼져만가고 있다. 올 새해는 새정부 출범을 앞둔 새해인만큼 뭔가 신바람나고 흥겨운 기대감이 철철 넘쳐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다. 정초에 민심이 어수선하고 집안살림이 잘 안풀리고 불안하면 보통사람들은 곧잘 토정비결을 찾는 전통이 있다. 이시카와 타쿠보쿠라는 일본 작가의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일해도 일해도 나의 살림 넉넉치 않아 물끄러미 손금을 들여다 보네".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고 현재가 불만스러울때 보통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고 자신의 미래속에는 희망과 꿈이 있으려니 위안받고 기대해 보고 싶어 하는 나약함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래서 지겨운 정치이야기 잠시 접어버리고 오늘은 토정비결 얘기나 나눠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4백30여년전 점복서(占卜書)가 21C IT강국 4천7백만 국민들의 미래운명을 꿰뚫어 낼수 있다고 믿는것은 개그수준의 넌센스다.
토정(土亭) 이지함이 펴낸 괘(卦)는 111괘에서 863괘까지 143가지의 괘로 운세를 풀이한다. 출생년도는 상괘(上卦)달은 중괘(中卦) 생일은 하괘(下卦)로 풀어 3가지 숫자를 맞춘뒤 143가지로 나눠진 괘별로 12달 운세를 해설하고 있다. 그러니까 4천7백만 인구를 143가지 괘로 나누면 30만명이상의 남녀가 똑같은 운세를 갖는다는 계산이 되는 셈이다. 수학적으로 이미 허구라는 상식적인 해답이 나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공원산책길이나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토정비결을 본다. 절반은 재미로 절반은 '어수선한 마음 달래기'다. 야후니 다음(Daum)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2~3천원짜리 토정비결을 봐준다. 젊은 네티즌도 토정비결을 즐겨 찾는다는 얘기다. 토정비결 얘기가 나왔으니 그야말로 '재미로' 노무현 당선자의 금년 토정비결을 한번 보자.
병술(丙戌)년(58세) 음력 8월 초엿새(6일)생이니까 상괘는 4 중괘는 6 하괘가 1이다. 4.6.1 괘의 운세를 보자. '말을 타고 산에 올랐으니 길은 있으되 험하다'. 산하를 다스리는 대통령 위치에는 올랐으나 헤쳐나갈 국정운용의 길은 험하고 어렵다는 뜻으로 푼다면 당선자에 맞는 괘 같기도 하다.
'몸과 재물이 왕성하니 마음이 화평하다'는 괘(5월) 또한 당선자의 입신을 맞히는 괘 같기도 하다. '먼길에 나가지 마라. 움직이면 해가 있다'는 괘(2월)를 취임후 미국방문을 하지 말라는 괘로 풀면 부시의 초청이 외교적으로 꼬이게 되는데 이런 게 바로 모르는 게 속편한 복술의 함정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초에 토정비결 얘기가 실없는 사설(私說)이 됐다면 송구한 노릇이나 사실은 새해에는 밝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웃으며 살자는 얘기를 드리자는 뜻이다. 사람은 자신 속의 '마음'이라는 끌로 자신의 운명을 조각해 나가는 조각가와 같다는 말이 있다. 자기의 마음가짐 하나하나로 다가올 미래의 자신의 운명이 좋게도 나쁘게도 조각돼 앞날이 운명 지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남을 사랑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 밝게 보고 언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긍정적인 인정, 그런 좋은 마음의 끌로 자신의 운명을 조각해 나가면 반드시 좋은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쁘다, 불행하다, 안풀린다고 생각하는 생각과 마음과 말로 자신의 운명을 조각해 나가고만 있으면 묘하게도 나쁜운세, 불행한 운, 안풀리는 삶만 계속 닥쳐 오는 법이다.
30만분지 1 확률의 토정비결을 기웃거리기 보다는 자신의 운명을 희망적으로 조각할 수 있는 맑고 긍정적인 마음의 끌을 다듬어보자. 노래방에가서도 이왕이면 밝은노래 힘찬노래, 가사가 좋은 노래만 골라 불러보자.
시인 키이츠는 감상적인 시만 쓰다가 죽었고 일본 와카(和歌)작가들은 항상 슬픈 내용만을 생각하고 슬픈작품을 지어 병자가 많다고 한다. 좋은 가수였으나 아깝게 단명했던 B씨 L씨 C씨들도 주로 슬프고 애잔한 노래를 많이 볼렀다. 밝은 생각과 마음은 밝은 운명을 틀림없이 불러온다.
계미년 새해에는 밝은마음, 긍정적 사고, 베푸는 마음의 끌로 자신과 가족과 나라의 희망찬 운명을 조각해나가는 적극적 삶의 주체가 되시기를 기원드린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김정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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