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개혁드라이브는 성공할 것인가.
우리 정치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은 핵심적인 화두였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예외는 아니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 정권인수 작업에 착수하면서부터 변화와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소장 학자들을 대거 인수위원으로 발탁하면서부터 시작된 노 당선자의 개혁드라이브는 정치는 물론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에 대해 "변화와 개혁요구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전문가그룹을 전면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신년사를 통해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 국민이 주권자인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공언했고 6일 확정한 국정아젠다를 통해서도 개혁드라이브를 강하게 구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혁이란 것은 남이하고 나는 안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개혁은 성공할 수 없고 먼저 우리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자기혁신을 강조했다. 소수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이 먼저 개혁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청와대 집무실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국민으로부터 고립돼있다며 열린청와대로 만들고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또 인수위 실무인력을 인선하면서 '다면평가제'라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인수위는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 고위 공직인선에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해 공직사회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노 당선자의 개혁드라이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등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 당선자는 소수정권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개혁 추진력 확보를 위해 인위적으로 안정 의석을 확보하려고 하기보다는 취임초기에는 보다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개혁열망을 기반으로 철저한 자기개혁을 추진하면서 기득권체제를 약화시키는 개혁드라이브를 구사한다면 한나라당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노 당선자는 6일 시민사회단체 신년인사회에서 "시민들이 나서서 정치를 바꾸고 있다"며 국민의 뜻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등 개혁정책에 대해 전경련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기득권세력의 강한 저항에 직면하고 다면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는 등 벌써부터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노 당선자가 밝힌 '대기업과 재벌의 분리' 등 재벌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손 부회장은 "지난 5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과거 나쁜 의미로 사용됐던 재벌은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대기업과 재벌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기업과 재벌을 분리해서 개혁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재벌정책을 정면에서 반박했다.
이와 함께 노 당선자의 개혁드라이브가 가속화될수록 거대야당인 한나라당과의 경쟁이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당선자가 취임에 앞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5'를 내정하고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인준여부는 그의 개혁드라이브 정책의 성공을 가늠할 첫번째 관문이 될 전망이다.
노 당선자가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등의 개혁드라이브를 가속화하면서 인적청산을 시도할 경우, 정치권은 혼란에 빠지면서 노 당선자의 개혁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점을 의식, 야당대표와의 정례회동을 마련키로 하는 등 반대세력들을 '국정 동반자'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노 당선자의 개혁 드라이브의 성공 여부는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민주개혁파 세확산 주력
내부논란과 개혁명분의 축소로 주춤했던 민주당 개혁파들의 행보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개혁파 의원들은 당 쇄신과 관련한 '제2창당' 수준의 결의를 다짐하는 전체회의를 6일 개최하는 한편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당내 원로들과의 규합을 꾀하는 등 세 확산에 노력을 기울였다.
개혁파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신당수준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당 개혁 기본방향을 거듭 확인하고 현재 23인으로 구성된 모임을 '희망연대'와 같은 규모로 확대해 당 개혁활동과정에서 주도권을 꾀한다는 복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발전과 정당민주화를 위해 당내에 구성된 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을 보좌하고 개혁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자임할 것을 다짐했다.
개혁특위 간사이자 개혁파인 천정배 의원은 회의에 앞서 "최근 일부에서 개혁이 물건너 갔다고 하면서 지도부 부분 교체 수준에서 개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당을 환골탈태하든 재창당하든, 신당수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의원은 "민주당은 역사적 소명이 끝난 만큼 신당을 창당하는 수준의 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재정 의원은 더 나아가 "신당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전면적인 쇄신운동을 주장했다.
한편 개혁파 의원들은 당내 원로그룹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자신들 모임의 정치적 무게를 높이는 계획을 세워 두고 이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일부 원로들과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남, 송영길 의원의 요구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 전 국회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개인과 당보다는 나라를 위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지역을 초월하고 부패의 사슬을 끊는 올바른 정치를 위한 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개혁을 위한 열망은 이제 국민적 대세로 부상했다"며 이날 개혁파의원 모임에 참석한 배경을 설명한 뒤, "개혁에는 나이가 있을 수 없다"며 당내 개혁활동에 본격적으로 동참할 뜻을 시사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한나라당 보혁갈등 조짐
한나라당에서 당 쇄신방향 등을 둘러싸고 보.혁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소장파 원내.외위원장들을 주축으로 해온 '미래연대'에 이어 개혁성을 더욱 강화시킨 별도 모임인 '국민 속으로'가 지난 5일 발기인대회를 갖고 현 지도부의 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세 규합에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당내 보수적인 인사들은 "민주당의 2중대식 개혁은 안된다"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40대를 주축으로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중도 그룹도 발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각 정파들간의 세대결 양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오는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릴 당.정치개혁특위의 워크숍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급속도로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국민 속으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의 발기인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은 과거의 부정적 유산을 청산해야 하며 그것은 주도세력의 교체에서 출발한다"며 "우리 당을 낡은 정치의 상징으로 만들어 대선패배를 초래한 인물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시늉만 하는 개혁을 거부하며 완전하고 전면적이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한다"며 "국민정당, 전국정당, 남북화해를 위한 통일정당으로 거듭 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10명 가운데는 미래연대 회원을 포함,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이 대부분이며 특히 비주류 중진으로 꼽히는 이부영 의원이 가세한 게 주목된다.
김덕룡 의원은 당분한 입장을 유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연대는 물론 이 모임에서도 수도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 당의 개혁을 촉구했는데 그 이면에는 지난 대선에서의 부진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곳에서 고조되고 있는 위기감이 자리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영남권 의원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당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등 개혁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순봉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 회의에서"전통적인 지지자들에 대한 신뢰감을 잃지않은채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해야지 당의 정체성을 파기하면서까지 개혁을 하자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결국 보혁갈등이 지역간 갈등양상으로도 비쳐지고 있는 셈이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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