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時代' -(1)변화예감

산업.경제.사회 구조와 시민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경부고속철 개통이 불과 일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구권의 발전이 큰 기로에 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때문에 고속철 개통을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대구권의 흡인력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 건설공단에 따르면 1992년 착수돼 12조7천377억원이 투입된 서울~대구 구간 건설 공사가 내년 4월 마무리돼 고속철 운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현재 3시간30분 거리인 두 도시가 1시간30여분 거리로 좁혀져 경제.사회.문화.생활 등 모든 부문에서 획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본의 전례로 미뤄볼 때 대구를 핵으로 한 대구권이 발전과 수도권 흡수의 큰 갈림점에 설 것으로 전망, 대구가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올해 중 자체 흡인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경우 1964년 도카이도 신간선 개통 이후 거대 지방도시들의 기능이 갈수록 쇠퇴해 도쿄 대비 오사카.나고야의 문화.사회 중추관리 기능은 1965년 28.2% 및 14.8%에서 1970년 26.8% 및 12.8%로 하락했고, 1980년까지도 전국 대비 중추관리 기능 쇠퇴가 계속됐다. 또 인구의 도쿄 집중도도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구권 상황과 관련해서도 경북대 정충영 교수는 "유통업 상권이 대폭 잠식되는 등 대구권 경제의 상당 부분을 서울에 뺏기게 되는 결과가 우려되고 섬유업종 노동자들의 이동이 초래돼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 심화되면서 섬유업체들의 임금 부담도 상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또 "지역 특화산업인 양산.안경 산업도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임금을 발판으로 형성됐기때문에 제품 고급화에 대한 투자.연구개발 없이는 위험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때문에 부광식 전 경북대 교수는 "대구.구미.포항.경부북부권을 묶은 광역권 개발 등을 통해 수도권 집중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지방분권운동 김형기 상임대표(경북대교수)는 "경부고속철 개통 전에 지방분권이 획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 집중화가 더 심해지고 국토 균형 발전의 틀이 깨질 수 있다"며 "고속철 개통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지방분권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大田)발전연구원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국가 중추 관리기능의 지방 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구.산업 등의 수도권 집중화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경부고속철 개통이 불과 일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것이 지역 경제.생활권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에 기초적이나마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흡인력 열세로 '대구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국 판이 다시 짜인다 = 경부고속철은 서울∼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참이다. 최고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철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292.4km 떨어진 두 도시의 교통 거리가 1시간39분으로 짧아진다. 2단계 공사가 끝나면 서울~대구는 1시간20분 거리로 더 가까와지고 서울~경주(330.2km)조차 1시간30분 거리 안에 들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레저.휴가 등의 형태가 전폭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통분석 모형에 의하면 거리가 반으로 줄면 접근도는 4배로 늘게 돼 있다. 프랑스에선 TGV 개통으로 여름 휴가철에나 가 볼 수 있던 알프스가 주말 여행지로 변모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일 출장이 일반화되고 오전에 서울서 열리는 전시회 등을 관람한 뒤 해지기 전에 대구로 되돌아 오는 일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출퇴근 권역이 현저하게 확대될 것은 물론.

그럴 경우 대구에도 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잖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중추기능의 지방 분산이 쉬워지고 수도권 인구 집중화가 억제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역세권 개발 등 역내 개발 기대도 마찬가지.

또 일본의 선례에서도 고속철 정차 도시에는 산업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다이 상공회의소가 도호쿠 신간선 정차 도시들 내 업체들의 개통 전후(1981년-1982년)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업체 20.1%의 매출이 증가하고 9.5%가 감소한 것으로(70.3%는 불변) 나타났다.

하지만 매출 증가는 서비스업.운수.통신업.금융.보험.부동산업 등에 집중됐으며 특히 관광 부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센다이.후루카와시의 관광 서비스업 중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곳도 56.5% 및 75%에 달했다.

◇지방도시 위축의 출발점 = 그러나 전반적 상황은 반대로 평가돼 있다. 1964년 도카이도 신간선 개통 후 사회.문화 중추관리 기능의 지역간 편차가 완화되기는 커녕 도쿄로 집중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쓰비시정보개발 등의 연구에 따르면 도카이도 신간선 개통 초인 1965년 도쿄 대비 오사카.나고야의 문화.사회 중추관리 기능은 각 28.2% 및 14.8%였으나 1970년엔 26.8% 및 12.8%로 떨어졌고,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26.1% 및 13.1%로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국토청 조사에서도 1965년 이후 15년간 오사카.나고야의 전국 대비 중추관리 기능 비중은 행정.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간선 개통으로 중앙기구의 도쿄 집중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도 마찬가지. 이토 다츠오(伊藤達雄) 미에(三重)대학 교수는 '도카이도 신간선 개통 효과'라는 논문에서 개통 이후 도쿄의 인구 집중화가 심화됐다고 밝혔고, 노무라연구소의 야마가타 신간선 개통 영향도 조사도 1992년 이 구간 신간선 개통 후 인구 분산 효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부고속철 건설과 관련해서는 수도권 인구가 2011년 1천650여만명으로 3.86% 증가하는 반면 대구권은 겨우 1.7%, 대전권은 3.19%, 부산권은 3.09% 증가하는데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정지윤, 1994년 중앙대 석사논문)이 나와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앙집중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 경우 도쿄에 본사를 둔 기업이 1964년 305개였으나 신간선 개통 이후인 1972년에는 409개로 급증했고 이 기간 새로 설립된 본사 157개 중 104개가 도쿄에 위치함으로써 도쿄의 본사 점유율이 1964년 54%에서 5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경제 중추관리 기능과 관련한 미쓰비시정보개발 등의 조사에서는 도카이도 신간선 개통 초인 1965년 도쿄 대비 비중이 오사카 43.2%, 나고야 16.8%였으나 1970년엔 각각 35.6% 및 13.8%로 낮아진 데 이어 1980년대에는 26.8% 및 8.9%로 더 악화된 것으로 판단됐다.

◇발전-위축 갈림길에 설 대구 = 더우기 관광자원이 빈약하고 금융.보험.운수.통신 등의 중추기능을 갖고 있지 않은 대구 경우 경부고속철 개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재편되면 흡인력에서 열세인 대구권으로서는 경제.문화.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로 빨려 들어가 종속화될 위험성이 높다는 우려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속도 개통 후 현지 상권이 약화된 경북 북부지역의 경우가 이미 그런 선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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