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하고 당당하다.
무리지어 얌전하게 풀을 뜯는 양의 이미지는 눈꼽 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온순·순종의 미덕은 어디론지 날려보내고, 도전적인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앞발을 '꽉' 내딛고 머리를 '바짝' 쳐든 모습에서 씩씩한 기상이 느껴지고,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더라도 가뿐하게 뛰어넘을 것만 같다.
토종 산양(山羊). 멸종위기에 몰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귀하신 몸이 됐지만, 왕년에는 계곡과 산야를 맘껏 누비던 무한 자유인이었다.
화가는 "이왕이면 서양에서 수입된 양 보다는 우리 것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아…"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스텔로 양의 모습을 간결하게 그리고, 그 뒤에 붉디붉은 '칸나꽃'를 세워놓았다.
아마 당당함과 열정을 가진 양을 만들고 싶었나보다.
올해 50세를 맞은 중견작가의 깔끔하면서도 중후한 솜씨가 감상자를 즐겁게 한다.
그는 "올 한해동안 좀더 기운차게, 정열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쯤으로 봐달라"고 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놀려대기에는 그의 자세가 너무 진지한 것 같다.
그림:정태경(서양화가)
글: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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