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사람들에게 있어 포항제철(POSCO의 옛 이름)은 하나의 신화로 받아들여진다.
자금이나 원료, 기술 및 인재 어느 것 하나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맨손으로 30년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를 일궈낸 까닭이다.
그러니 포항사람들과 POSCO인들은 그야말로 신화를 일구어낸 주인공들이다.
포항제철소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왜 POSCO가 신화로 받아들여지는 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포항제철소는 270만평이다.
여의도 면적의 세배다.
길이 1㎞가 넘는 공장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높이 100m에 이르는 굴뚝에선 연신 수증기가 피어 오른다.
하루 종일 돌아도 절반을 둘러보기가 어렵다.
'철강 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첫 삽질이 이뤄진 1968년, 포항은 인구 6만여명의 작은 항구도시였다.
그렇듯 작은 항구도시가 지금은 세계 최고의 하이테크 철강도시로 탈바꿈했다.
상전이 벽해가 됐다는 것은 이를 두고 이름일까. POSCO의 고로는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꺼지지 않는다.
IMF로 온 국가가 휘청거릴 때도 POSCO의 고로는 훨훨 타올랐다.
신산업이다 벤처다 야단이지만 국가의 근간은 제조업이고 그 한가운데 굴뚝산업이 자리하고 있음을 POSCO는 여지없이 보여준다.
POSCO는 요즘 PI(Process Innovation) 정착과 6시그마 과제수행이 한창이다.
PI를 바탕으로 2005년까지 '자동차용 냉연 강판 두께 편차 감소' 등 총 1680개의 6시그마 과제를 정해 추진하는 것이 목표. 이를 통해 생산 제품 품질 불량의 최소화는 물론 연구개발 성과의 활용도 제고, 획기적 판매 서비스 향상, 인사평가의 공정성 제고 등 전 부문에 걸쳐 기업 전체의 업무 품질을 극대화한다는 것. POSCO는 품질 향상, 경비절감 등에 따라 약 7천억원의 재무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POSCO는 6시그마를 통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POSCO의 기업가치는 2006년까지 지금의 2배 수준인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부 회장은 "POSCO가 구축한 시스템과 방법론이 국내외 기업이나 기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며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우량기업'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과는 물론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서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CO는 IMF이후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6조2천31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1968년 POSCO 창립부터 IMF가 터진 97년까지 30년동안 POSCO가 올린 순이익 총계 4조600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은 액수다.
IMF로 온 나라가 흔들리던 1998년에도 POSCO는 1조1천2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물론 IMF는 POSCO에도 혹독한 시련을 안겼다.
1998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국내외 철강 경기는 IMF체제와 철강수요 침체로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98년 국내 철강수요는 전년보다 34.8%나 감소했다.
POSCO도 창사이래 처음 감산을 단행해야 했다.
게다가 철강가격 하락세는 지속돼 국제철강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POSCO에 통했다.
철강본업과 관련이 적은 신세기통신, POSCO휼스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철강본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발빠르게 개편했다.
'최대 생산, 최대 공급'의 양 중심에서 '적정생산, 최대이익'의 질 중심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도 이 때다.
결과는 재무구조 개선으로 나타났다.
97년 6조8천억원에 이르던 차입금은 지난해 말 5조8천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97년 141.3%던 부채비율은 50%대로 낮아졌고 자기자본 비율은 66.4%로 높아졌다.
포춘지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철강기업 1위로 1999년, 2000년, 2002년 지속적으로 POSCO를 꼽았다.
그렇다면 이같은 POSCO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원표 포항제철소장은 "POSCO가 세계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공장 건설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철소의 건설 단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POSCO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포항제철소의 경우 1기에서 4기까지 조강 1t당 평균 건설단가는 422달러로 비슷한 시기 지어진 브라질 투바라오 제철소의 700달러나 대만 CSC제철소 1기의 667달러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이 소장은 "처음 많은 비용으로 공장을 건설할 경우 비록 효율적인 경영과 기술적인 우위가 뒤따른다 하더라도 과다한 고정비 부담으로 인해 경쟁력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POSCO는 이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8년 1.08%에 불과하던 R&D 비율을 2002년 현재 1.63%까지 끌어올렸다.
POSCO는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의 가볍고 튼튼한 제품 생산, 고부가가치를 지닌 스테인리스강 기술개발, 코렉스 설비 개량, 강도가 높고 가벼운 타이어 코드 기술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73년 103만t 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져 나온지 30년. POSCO는 2002년 조강생산량 2천804만t으로 단일 공장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로 성장했다.
연간 4천152만t의 철광석과 2천132만t의 석탄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공업용수 사용량도 연간 9천658만t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작은 항구 도시에서 탄생된 POSCO가 소리없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박정출기자 jcpark @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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