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 불교계의 대선 후유증

대구 불교계가 적잖은 대선 후유증을 앓고 있다.

문제의 불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일부 신도회 대표들의 정치성 행위였다.

이들의 종교적 순수성을 벗어난 정치적 행보가 대선이 끝나고 해가 바뀐 지금까지 지역 불교계 안팎에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설왕설래가 본격화 된 것은 최근 '법제자'란 ID의 한 불자가 동화사와 몇몇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구불교의 자존심을 살리자'란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논제는 조계종 제9교구 신도회와 대구시 신도회·동화사 신도회 대표와 임원들이 대선전 한나라당 대구불교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임명장을 받고 선거와 관련된 정치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인의 영욕을 위해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구불자들의 자존심을 훼손시킨 사람들이 마땅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동화사측도 "파문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대선 전에 이미 한차례의 교구 종무회의를 소집, 이 문제를 논의하고 당사자들에게 거취를 분명히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일부 신도회 대표들은 지금까지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동화사의 한 신도는 "대구의 불교 신도회가 대선 바람을 타고 한나라당 소속이 되어버린 꼴"이라며, "지역 불교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들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참회하고 용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다수 불자들도 "해도 너무했다.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며, 종교의 순수성 회복을 위한 자정운동 전개를 주장했다.

차제에 그동안 미미했던 신도회의 역할 제고와 기능 재정비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교구 신도회의 한 당사자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선거와 관련해 전화 한 통, 점심 한 그릇 한 적이 없다"며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빌려 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화사와 신도회가 연초부터 불거진 달갑잖은 화두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조향래 문화부swordg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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