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친구네 집에는 이런 글귀의 액자가 걸려있다.
'숲 속의 나무처럼, 그 나무 옆의 풀꽃처럼'.
지금은 대학생인 그 친구의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보이스카우트 캠핑에 참가했다가 숲에서 큰 나무들과 그 주변의 작은 풀꽃들을 보고 서로 다르지만 사이좋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어린 마음에도 뭔가 감동받은 모양이었다.
엄마에게 보낸 엽서에 '엄마가 작은 것도 사랑해야 한다고 한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라고 써보냈다.
친구는 아들녀석의 해맑은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 말을 액자에 담았고, 그것은 '서로 도우며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의미를 지닌 그 집의 가훈이 됐다.
연초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과의 약속을 내걸며 마음자세를 새롭게 다진다.
애주·애연가들은 '올해는 기필코…'라며 결연한 눈빛으로 금주 금연을 선언하고, 어떤 이들은 몇차례나 중도포기했던 외국어 공부에 도전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죽기보다 어렵다는 다이어트 고지를 향해 굳은 각오로 저녁을 굶기 시작하고,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로, 또는 사랑나눔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하고…. 그래서 이맘때면 새로 가훈을 짓고, 금연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서점에선 마음의 행복을 찾기 위한 책들이 인기인가 보다.
그러나 연초의 결심을 연말까지 지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않은 것 같다.
대개는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날 뿐.
하긴 새 해의 작심삼일 결심은 어느 나라든 비슷한 모양이다.
미국의 일간 렉싱턴 헤럴드 리더가 제시한'새 해 결심을 지속시키는 방법'은 그런 점에서 '습관성 새 해 결심 위반자'들에게 위안(?)이 된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라/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원하는 바 대로 결심을 하지 마라/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성공했을 때의 보상 등을 포함한 계획을 세워라/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결심을 말하고 도움을 청하라/ 작은 실수로 전체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경직된 결심은 피하라/ 너무 심각하게 결심하지 마라. 결심은 목표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새 해'는 우리 각자에게 배달된 가장 귀한 선물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해 영원 속으로 사라져간 무수한 사람들이 그리도 애타게 소망했던 시간들이 아닌가. 그러기에'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계미년 새 해의 결심으로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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