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북아 허브도시 포항(2)향토기업

-향토기업, 뜬 별과 진 별-

'포항 돈은 유입되어 온 외지인들이 모두 벌었다'. 포항지역 향토기업의 한 임원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건 현실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못박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일부 향토 기업인을 제외하고는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성공했고, 돈도 많이 거머쥐었다.

"다 알다시피 포스코가 들어오기 전의 포항은 조그만 항구였지않습니까. 그런 곳에 포스코가 설립, 본격 가동을 시작하자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필요했었는데 포항 사람들은 기술이 없다보니 멀리서 쳐다볼 수 밖에 없었지요. 결국 그 하청업체는 노하우를 가진 외지인들의 몫이 됐지요". 포항시청 모 간부는 "고기나 잡던 지역인들과 달리 외지인은 산업흐름을 알고 있었던 데다 기술까지 갖춰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분석한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계열회사, 철강공단내 업체들과 관련된 하청업체들은 초기부터 중앙정부와 정치권 등 힘있는 곳으로부터 줄타기와 청탁 등을 통해 많이 들어와 성공하기도 그만큼 쉬웠다.

포항지역 사람들이 그런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지금은 포항출신도 철강분야에서 상당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상당수는 유지들이고, 일부는 지역 정치 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아직도 지역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기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직원도 공장도 없이 몸 하나만 갖고 뛰고 있는 사람도 적잖다는 것. '나홀로 명함족'인 이들은 얼굴 하나만 갖고 연줄로 이런 저런 일을 수주, 하청업체에 넘겨주고 커미션으로 먹고 살기도 한다.

이런 공간이 지금도 정치권에 줄을 대려 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포항 향토기업은 손꼽힐 정도. 철강공단보다는 서비스, 금융, 부동산 등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향토기업들도 포스코가 들어온 후 덩치가 커졌다는 점이다.

땅값 상승 등 부동산시장과 서비스.금융업도 모두가 포스코 덕분에 승승장구한 것이다.

포항에서 부자를 이야기하면 당연히 나오는 얘기는 '대아그룹 황대봉(73) 회장 일가의 재산은 어느 정도일까'다.

보통이 아닌, 워낙 부자로 알려져 있는 탓이다.

황 회장 일가의 재산규모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그룹 핵심관계자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 따라서 추측만 있다.

1조여원은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오래전 나왔다.

항간에서는 2조여원쯤 될 것이라는 말도 떠돈다.

대아그룹 관계자는 재산 규모에 대해 "대구.경북에서 개인으로는 최고 부자인 것만은 틀림없다"면서 1천여억원은 조금 넘는다는 말로 대신했다.

지역 일각에서 황 회장의 재산형성 과정을 두고 이런저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측도 없지 않으나 황 회장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는 데는 부정하지 않는다.

영덕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온갖 궂은 일을 다하다 시내버스 사업에 손댄 후 매일 들어오는 현금을 바탕으로 지역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뛰어 들었고 마침 분 부동산 바람을 타고 큰 돈을 벌었다.

현재 포항 관문인 대도동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 중심지역 오거리까지 그의 땅을 밟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의 땅부자고, 두 번에 걸쳐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내 정치적으로도 지역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다.

계열사로는 대아고속해운, 대아상호저축은행, 대원상호저축은행, 경주CC, 대아여행사, 대아관광, 영암학원, 경북일보 등이 있다.

이외 포항시내버스, 건설 등에도 일정 지분을 갖고 있고, 포항 송라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난해 착공했다.

현재 9홀인 경주CC도 연내에 9홀 증설 공사에 들어간다.

약 6백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002년 매출액은 1천여억원.

재산이 많은 만큼 세무조사도 많이 당하고 있으며 한번 추징당하는 금액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99년 경우 2회에 걸쳐 특별세무사찰을 받아 한해동안 무려 110억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회장은 3남 1녀를 뒀다.

그 많은 재산에 따라 혹시 일어날지 모를 2세들의 갈등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황 회장이 직접 재산 교통정리를 했다는 후문. 장남 인찬(52)씨는 해운여객업, 차남 인규(50)씨는 관광.레저업, 3남 인철(48)씨는 금융을 맡고 있다.

사위는 현직 법조인.

특히 해운여객업을 이끌고 있는 인찬씨는 울릉∼포항.후포.묵호간 여객선을 비롯 부산-대마도간, 중국 진천-인천, 중국 녕성-평택 사이 등에 여객선을 취항시키는 등 한 분야에 매진, 이 분야 국내 최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재산규모면에서는 대아그룹에 미치지 못하지만 포항에서 쌍벽을 이루는 또다른 기업은 삼일그룹이다.

공교롭게도 대아그룹 황대봉 회장과 동향(영덕)인 강신우(77) 회장이 일궈냈다.

주력기업은 운수. (주)삼일을 비롯 삼일상호저축은행, 한중, 학교법인 벽산학원 등 제조.금융.환경.건설 등 적지 않은 규모를 갖고 있다.

강 회장은 현재 건강이 좋지 않아 2세 석호(50)씨 중심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을 16년간 맡기도 한 강 회장은 경북도 사회단체장 등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포항지역 정치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회장 석호씨는 지난번 총선에서 낙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차남 재호씨는 금고를 경영중. 고용인원은 포항 향토기업중에서는 가장 많은 1천여명을 넘고 있다.

이외 향토기업가로는 한우리상호저축은행을 경영하고 있는 이도희(44) 우리가족 부회장. 법인택시 등 몇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건설의 (주)삼구와 (주)삼도가 자리를 잡아 반열에 올랐다.

삼구 최병곤 회장과 삼도 허상호 회장은 지역의 열악한 조건 아래서도 아파트시장에 진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에 협력작업을 하고 있는 진성산업 김수근 대표이사와 송성헌 삼명금속 회장, 최무도 정화식품 대표이사도 현재 날개를 달고 달리고 있다.

향토출신은 아니지만 동일산업 오순택 회장과 제일연마 오유인 대표이사는 포스코를 포함 포항경제권 10위권안에 랭크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잡았다.

한때 승승장구하다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진 별도 많다.

특히 전 포항상공회의소회장이 그렇다.

김길중 직전 상의회장과 김봉우 전 회장은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중도에 탈락했고, 울진에서 포항에 내려와 성공했던 주성원 전 회장은 재임당시 건강악화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상공회장 출신은 아니나 서종열 전 국회의원도 한때 수산업을 바탕으로 포항에서 알아 주는 부자였으나 뒷심을 지키지 못해 결국 향토기업가 반열에서 멀어졌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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