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은 전국의 기존 교통 체계를 대대적으로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심지어 주유소·휴게소 등 고속도 관련 산업까지 영향권 안에 들 정도. 때문에 대구·경북으로서도 고속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통체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속철의 순기능=하루 52만명까지 태워 나를 수 있는 경부고속철이 개통되면 기존 경부선 수송능력도 덩달아 향상돼 매년 되풀이되는 명절 귀경·귀성 전쟁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승용차·버스 승객의 상당수가 고속철로 바꿔 타 연간 1만200명에 이르는 자동차 사고 사망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철은 전기로 움직임으로써 도시들에 오염 부담도 줄여줄 것이 확실하다.
일본 도카이도 신간선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자동차의 5분의 1, 항공기의 6분의 1 수준인 점을 들어 삼성경제연구소 등은 경부고속철 개통으로 인한 일산화탄소·분진 등 감소효과가 연간 7만7천t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욱이 에너지 효율에서도 도카이도 신간선 경우 자동차의 4.6배, 항공기의 5.3배에 이르러 연간 4만3천㎘의 기름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
일본 운수정책연구소 미토 마코토 연구원은 이때문에 "신간선 건설로 여행 시간·비용 절약, 교통사고 감소는 물론 차량 통행량 감소 및 그로 인한 교통 혼잡 완화로 대기오염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소음·진동 피해. 대전발전연구원은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로부터 방음시설 없이 25m 떨어져 있는 지점의 소음은 평균 89~93㏈에 달하고, 진동은 최장 5초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문에 정부는 경부고속철 소음을 63~65㏈ 수준으로 낮추고 2020년까지는 60㏈까지 떨어뜨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대구공항 위축 불가피=그러나 대구·경북으로서는 고속철에 대처해 나가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과제는 대구공항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고속철 요금은 항공의 70%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돼 있다.
게다가 도심을 통과함으로써 접근성도 훨씬 뛰어나다.
공항의 역할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일본 경우 산요신간선 개통 후 거리 400㎞ 미만 항공노선 수요가 70~80% 감소했고 도카이도 신간선에 밀려 도쿄~오사카 노선은 폐쇄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소요시간 2시간대인 도쿄~신오사카 구간 신간선·항공기 수송 분담률은 신간선이 87%로 13%의 항공을 압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TGV 개통으로 여객기 수송 점유율이 파리~리옹(450㎞) 경우 20~30%에서 10~15%로, 파리~마르세유(700㎞) 경우 45~55%에서 35~45%로, 파리~니스(900㎞) 경우 55~65%에서 50~60%로 감소한 것으로 1991년 조사에서 나타났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송거리가 길어야 400㎞ 내외에 불과해 고속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있다.
특히 대구공항에서는 서울 노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까지 고조돼 있는 실정. 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공항 승객 225만명 중 94%인 211만7천명이 국내선 승객(국제선은 13만명)이고, 그 중 대구~김포 승객이 155만3천여명(국내선의 73.3%, 전체의 69%)에 달했다.
이 때문에 건교부는 대구~김포 항공 승객의 65%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사들도 대구~김포 여객기 취항 편수를 대폭 줄이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노선에 현재 대한한공은 편도 기준 주 65회, 아시아나는 주 63회 운항하고 있다.
◇고속버스 등의 변화=고속버스와 승용차 교통수요 일부도 고속철로 흡수될 것이 확실하다.
프랑스에서는 TGV 동남선 개통 이후 도로의 수송분담률이 1981년 55%에서 84년 44%로 감소하고 TGV 수송분담률은 30%에서 44%로 높아졌다.
일본 야마가타 신간선 경우 여객기로부터 9.5%, 버스로부터 0.4%, 자가용으로부터 8.5%의 교통점유율을 흡수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버스의 수송분담률이 1997년 42.6%에서 2014년 39.3%, 2019년 38.3%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교통개발연구원이 내 놨다.
기존 철도도 승객을 대폭 뺏겨 역할이 달라질 전망이다.
프랑스에서는 TGV가 개통된 1981년 경우 기존 철도가 1천150만명, TGV가 120만명을 수송했으나 1984년엔 520만명 대 1천330만명으로 역전됐다.
국내에서는 고속철 요금이 기존 철도의 1.3배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있다.
새마을호 수송이 1990년 743만여명에서 99년 1천476만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수요 고급화 추세가 확연하기 때문. 이렇게 되자 철도청도 새마을호·무궁화호·통일호 등 기존 열차 구분을 폐기하고 중장거리 열차, 구간 연계열차, 통근 열차 등으로 재구분할 계획이다.
◇어떤 대책 필요하나=전문가들은 항공·기존철도·버스 등을 고속철의 보완 수단이 되게 교통체제를 대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원대 박은미 교수는 "다른 교통수단들을 고속철 중심으로 연결시키는 효율적인 연계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
교통개발연구원 이상민 책임연구원은 "고속버스 노선을 철도·항공망이 부족한 동서축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했고, 박상민 연구원은 "고속철은 장거리 고급 수송수단, 일반철도는 중거리 중급 수송수단, 시외버스는 철도 보완 수송수단으로 기능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공항에 대해서는 국제선을 중국 일변도(주 15회 중 13회)에서 탈피시켜 도쿄 등 일본 노선, 홍콩·마닐라·싱가포르 등 동남아 관광 노선을 확충토록 충고하는 의견이 많다.
또 주 5일 근무제 확산에 맞춰 제주 노선도 늘림으로써 새로운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
또 한진물류연구원 홍석진 전 선임연구원은 "독일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철도 승객이 바로 항공기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공항·철도를 접목시켜야 한다"고 했고, 건교부는 대구공항을 대전 이남의 중추공항으로 육성해 활성화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는 미지수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