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低달러 高유가 수출 '赤신호'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과 고유가로 수출업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수출비중이 큰 대구지역 섬유, 안경테 업종의 경우 환율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선(1천300원대) 또는 손익분기점 수준(1천250원대) 이하로 내려가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국내수출의 8.75%를 차지하고 있는 구미공단의 경우 원자재 수입비율이 높은 전자제품 등은 환율하락 원화강세에 따른 손실규모가 비교적 적지만 국산화 비율이 높은 일반수출제품은 채산성 악화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구미상의는 달러당 원화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공단수출업체들이 입게되는 환차손은 월평균 60억~7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 환율하락이 장기화되면 올 수출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원 내린 1천186.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26일 1천199.8원으로 1천200원선이 붕괴된 이후 지금껏 1천1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8일 오전 10시20분 현재 원 달러 환율은 1천189.2원으로 전일보다 2.7원 오름세를 보여 향후 흐름이 주목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7일 뉴욕상품거래소의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배럴당 31.08달러, 영국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은 29.333달러로 15일 연속 석유수출국기구(OPEC) 기준 유가범위인 22~28달러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있었던 환율하락 때도 구미공단에서 휴대폰, LCD, 디지털TV 등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달동안 환차손이 무려 5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구미공단에서 전자제품 다음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화섬 및 제직업체의 경우도 중국, 대만 등 경쟁국가와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 섬유직물업체는 원사가격 및 유가 인상에다 환율까지 급락, 수출단가가 올라가는 바람에 수출계약에 애를 먹고 있으며 수익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박노화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이사장은 "기름값 인상으로 가공료가 올라가는 바람에 수출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다 환율까지 급락해 수출에 초비상"이라며 "이런 추세가 장기화되면 주문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력 수출품목인 폴리에스테르 직물의 수출단가는 지난해 9월 kg당 6.54달러에서 10월 6.65달러, 11월 6.92달러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국내 폴리에스테르 직물 수출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5%나 줄었다.

지역 안경테 업체들도 원자재의 자체 생산비중이 높아져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에 따른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품 수출에 따른 채산성은 악화돼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장지문 뉴스타광학 사장은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수출단가를 5~10%가량 올려야 수지가 맞지만 바이어들이 이를 수용해주지 않는다"며 "선진국 경기불황에다 환율, 유가까지 애를 먹여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LG필립스 김영천 디스플레이부장은 "구미공단 전자업계는 연초부터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정 등 대외여건 악화로 수익맞추기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올해 매출목표액 달성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는 올해 수출목표를 전년도 대비 10% 늘어난 223억달러로 책정했으나 환율과 유가불안으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상의 곽홍순 기획부장은 "환율 불안과 유가 급등이 지속된다면 구미공단 고부가가치 및 대형 전자제품의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수출이 많은 포스코와 세아제강.동양석판 등 일부 업체들은 환율 약세가 경영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연초 기준 환율을 정해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관례상 환율변동이 당장의 호재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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