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줌인 대중문화-(2)세대차이

"H.O.T와 젝스키스 10명을 섞어놓고 가려낼 수 있으면 신세대"라는 식의 가벼운 신세대 담론이 유행한 적이 있다.

두 그룹은 이미 해체됐고, 그 때의 신세대는 지금의 신세대가 아니다.

2003년 신세대는 '포스트 N세대', 즉 'M세대' 혹은 '모바일(mobile) 세대'다.

N세대가 유선 인터넷을 사용했다면, M세대는 무선이동통신이 주무기다.

움직이는 세대다.

세대간 기호 충돌이 가장 잦은 분야가 대중문화다.

TV 드라마, 쇼·오락프로그램, 광고 등 대중문화의 각종 아이콘들이 어떤 이들엔 먹히고, 어떤 이들에겐 황당할 뿐이다.

△세대차, '독특함 vs 익숙함'

대중문화에서의 세대차는 이해하느냐의 차이가 아니다.

보는 순간, 머리보다 감성이 먼저 반응할 수 있느냐의 차이다.

개그콘서트의 '우격다짐'이란 코너가 인기다.

"내 개그는 몸빼바지야, 앞뒤가 없지" 이런 식이다.

"웃기지, 웃기잖아"라고 토다는 우격다짐은 억지로 이해를 바라는 멘트가 아니다.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

안 웃으면 그만이고.

지난 연말 MBC연기대상 시상식은 인어아가씨 '아리영'의 잔칫날이었다.

그러나 트렌드에 민감한 일간지·통신사 방송담당 기자들은 '네멋대로 해라'의 손을 들어줬고, 인어아가씨를 나쁜 프로그램 1위에 올렸다.

'네멋대로 해라'는 시청률 정상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20,30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형사에게 끌려가는 복수(양동근 분)의 바지를 붙잡고 연인인 경(이나영 분)이 우는 장면. 잔뜩 멋을 부릴만도 한데 복수는 "경이씨, 바지 벗겨져요"라고 한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이 뽑은 명장면·명대사가 수십건씩 올라왔다.

'우격다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세대는 '네멋대로 해라'의 이런식의 대사가 영 못마땅했을 것이다.

세대차는 '독특함'과 '익숙함'의 부딪힘이다.

'공포의 쿵쿵따' '쟁반 노래방'은 연예인끼리 시시덕거리는 짓일지 모르지만,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대학생 정지애(23·여·대구대 언론매체학과)씨는 "신세대들은 비현실적이고 통속적인 대중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 속에서 찾고싶어 한다.

아리영보다 복수나 경을 더 닮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세대차, '해체 vs 견고화'

휴대전화 벨소리는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세대간의 문화적 차이를 알려주는 '기호'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해 '오! 필승 코리아'가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 1위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중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40,50대들간에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단음이면 촌스럽다는 핀잔을 듣는다.

휴대전화 컬러링(통화 대기음)도 곧잘 최신으로 교체한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힙합, 클래식, 트로트인지가 다를 뿐이지, 나만의 휴대전화 벨소리를 찾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대중문화 환경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세대차는 같은 정체성을 가진 집단간의 '거리'다.

멀티미디어의 시대, 그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주형일 교수는 "디지털 기술개발로 '다(多)매체화'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이에 따라 각 세대가 즐기는 문화 콘텐츠의 구분이 가속화되고 세대차는 더 확연해지겠지만, 세대간의 갈등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공중파 채널만 40~50개가 돌아가는 시대에는 30, 40, 50대에 맞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개발된다는 것. 예전처럼 특정세대가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판도는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다.

주 교수는 "전 세대가 동일한 자원(대중문화)을 나눠써야 하는데서 오는 박탈감·소외감은 덜하겠지만, 세대간 소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형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연구소장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장난감 다루듯 하는 신세대에게 연령의 고하로 서로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과거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로부터 배워야 하는 '지식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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