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역(逆) 성차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동서 고금, 남녀 구분없는 진리다.

파스칼은 "클레오 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전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클레오 파트라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실물사진이 없어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의 기준이란 세월이 바뀜에 따라 점차 변한다.

천하 일색 양귀비도 실제는 약간 통통하고 얼굴도 동그스름 했다 하니 지금의 키가 크고 늘씬하며 이목구비가 선명한 서구스타일과는 차이가 있다.

▲이같은 '외모 지상주의'는 우리나라 여성들 사이에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한 광고 기획사가 13~43세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8%가 '용모가 인생의 성패에 크게 작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대학생과 직장인의 경우는 80%가 '그렇다'다.

결국 '미모도 실력이다 '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엔 더 하다.

같은 실력이면 면접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선호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다.

서울 강남에만 성형외과병·의원이 1천여곳에 이르고 어떤 여성들은 얼굴을 열 번이상 뜯어 고치는 소위 성형 중독증까지 갖고 있다 한다.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은 쌍꺼풀수술, 라식 수술은 기본이고 성형수술도 보편화됐다.

등록금 대기도 벅찬데 학원비에다 옷값, 성형수술비까지 부담해야 돼 부모 허리만 휠 판이다.

원형미인은 간곳없고 모두 가면만 쓰고 사는 희한한 사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외모에 남녀 구분이 있겠나 마는 지금까지 남자들은 외모보다는 실력이 우선이었고 사회 분위기가 못생겨도 남자다우면 먹혀 들어갔었다.

그래서 외모에서 만은 여성이 우선이었고 아름다움은 여성전용물 이었다.

여성이 일을 하다 얼굴등에 흉터가 생기면 큰 일 난줄 알았다.

그래서 1964년 산재 보상 보험법시행때 여성에 대한 얼굴 흉터의 산재보험 등급이 남성보다 4배 높게 책정해 차등 지급해 왔었다.

이 '역 성차별' 등급이 40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노동부가 산업재해로 얼굴등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는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지금까지는 산재로 얼굴등에 똑같은 흉터가 남아도 여성은 7급, 남성은 12급으로 각기 다른 장해급여를 적용해 왔었다.

결국은 외모가 여성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중요하다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남녀 차별현상은 많이 없어졌다.

남성의 영역에 여성이 마구 도전하고 금남의 성역에도 남자가 넘나드는 '남녀 공존'의 시대에 흉터에 대한 산재 평등 적용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듯 싶다.

도 기 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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