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인비목석

중국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인비목석(人非木石)'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과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아주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말에는 사람을 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중요한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사람'이다.

'사람'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라는 지론을 나는 갖고 있다.

기업이나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을 갖고 있어도 실천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어느 한 방법이 모든 조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숲을 이루는 나무들도 각기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결국 모두 다르다는 의미가 된다.

그늘을 좋아하는 나무, 그늘을 싫어하는 나무가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특성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알기 위한 방법은 직접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화를 통해서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할 때 나는 내 나름대로의 대화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는 마음을 완전히 연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는 귀기울여 들어준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사람을 파악하는 일을 중요시하면서 화합시키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직원들이 화합하지 않으면 절대 능률적일 수 없다.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화합의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섭도록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 눈 팔면 이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다.

그러나 이 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성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창의력 없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필자는 1968년 대구 북성로의 조그마한 철공소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폴리에스테르 가공사 직물의 축소가공기를 개발했다.

또 그해 지역 섬유업계 숙원이었던 고압빔 염색기 1호를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 경험은 내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오로지 열정과 아이디어로 이룩할 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내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자산이다.

따라서 기업은 사람을 중히 여겨 그들이 화합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CEO가 해야 할 일이다.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이 일을 수행하는 원칙도 기업경영의 이런 정신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대구경제계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고 믿고 있다.

여기에 나의 경영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경영하는 기업을 건실하게 경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으면서 내 기업을 부실하게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경쟁력은 능력있는 사람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기업의 사활은 경쟁력에 달려있고, 경쟁력은 사람의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의 기업은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가 중요한 것은 그 밑바탕에 사람의 중요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기업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가 없는 곳에 창의력이 싹틀 수 없다.

오늘도 '人非木石'의 깊은 뜻을 새기며 사람, 경쟁력, 문화를 깊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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