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땀·눈물 그리고 우승 되돌아본 21년-(21)뼈아픈 준우승

86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은 변칙적으로 양일환을 선발로 기용한 뒤 성 준-진동한으로 이어던지게 하며 7회까지 2대0으로 리드, 좋은 조짐을 보였다.

막강한 해태 선발 선동열을 상대로 2점을 뽑았으니 승리는 눈 앞에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호투하던 진동한이 7회말이 끝난후 덕아웃으로 들어오다 광주 팬이 던진 유리병에 맞자 김영덕 감독은 에이스 김시진을 투입했다.

진동한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에이스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던 김 감독은 김시진을 대신 내보냈다.

경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시진은 8회말 2사후 김성한에게 우월 2루타를 맞은 뒤 김봉연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 1점을 내줬다.

9회초 삼성이 밀어내기로 1점을 달아났지만 해태는 9회말 1사후 조충열의 볼넷, 김일권의 우월3루타로 2대3으로 따라붙은 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김시진으로부터 서정환, 김준환, 김성한이 잇따라 사사구를 얻어내 동점을 만들었다.

해태는 연장 10회부터 선동열을 빼고 좌완 김정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정수는 볼넷 아니면 삼진 식으로 기복을 보였으나 삼성 타선을 잘 막았다.

삼성은 결국 11회말 1사1·2루에서 해태 김성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중요한 1차전 경기에서 당한 뼈아픈 역전패가 삼성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2차전에서 삼성은 김일융이 잘 던지고 이해창의 빼어난 주루 플레이로 2대1로 승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3차전에서 타격전 끝에 5대6으로 패했다.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3차전 경기는 대구 팬들의 감정이 격화돼 경기후 해태선수단의 버스를 불지르는 불상사로 번졌다.

일부 대구 관중들은 1차전의 패배가 광주 관중이 진동한에게 유리병을 던진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 경기 도중 빈병이나 오물을 던지기 시작했으며 삼성이 역전패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난동을 부려 최악의 사태를 빚었다.

대구 관중들은 해태 선수단의 45인승 버스에 불을 질러 전소시켰으며 밤11시까지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버스 방화 사태로 다음날 경기 속행 여부가 불안했으나 논란 끝에 그대로 열렸다.

4차전에서 양 팀은 9회까지 3대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 11회 서정환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진 해태가 7대4로 승리했다.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5차전에서도 김종모가 맹타를 휘두른 해태에 2대5로 패배,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시진은 한국시리즈에서 3패를 당해 눈물을 훔쳤으며 선동열을 대신한 해태의 '까치' 김정수는 3승을 챙겨 한국시리즈 MVP가 되었다.

정상 도전에 실패한 삼성은 김영덕 감독을 해임하고 박영길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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