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잃고 혼자 사는 어린이, 병들고 버려진 사람들에게 새 해가 와도 그저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어느날 문득 소년가장이 돼 밥을 굶기 시작한 철수 형제, 홀로 버려진 마비 장애인 김씨가 힘든 한해를 맞았다.
◇외따로 남은 철수 형제=대구 월성주공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철수(가명.14.중1)와 인수(12.초교5) 형제는 새해를 아버지 없이 맞았다.
엄마는 인수가 백일되던 날 집을 나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살던 아버지마저 작년 11월 세상을 떠났기때문.
철수는 그때부터 이름만 듣던 소년가장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해야 하고 반찬도 챙겨야 한다.
일주일에 두번쯤은 빨래도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동생이 자꾸만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형제는 밥상에서 고기를 구경한 적이 없다.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30만원, 독지가의 정기후원금 10만원이 있지만 20만원에 달하는 관리비.공과금을 내고 나면 여유가 없다.
밥이나마 마음 써 줄 어른이 없으니 이들 형제는 밥을 건너 뛰기 일쑤이다.
영양이 모자라니 키조차 제대로 자랄 리 없다.
철수는 144cm에 35kg, 인수는 127cm에 30kg에 불과하다.
삶이 어렵지만 철수는 올해 두가지 소망을 가지고 있다.
돈을 아껴 인터넷 전용선을 깔고 삼국지 책을 사겠다는 것. 그러나 그 생각은 걱정과 함께 왔을 뿐이다.
"삼국지는 한두권이 아니어서 비싸다는데…".
조그만 가슴에 걱정을 묻고 사는 철수는 "아빠 생각이 또 난다"고 했다.
053)634-5345(월성복지관).
◇버려진 장애인=안심주공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김정대(45)씨는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1급 장애인이다.
제직공장에 다니던 중 1991년 사고를 당해 목 윗부분 외에는 신경이 다 죽은 것.
장애는 가정을 파탄으로 내몰 만큼 무서웠다.
김씨가 '마비'되자 힘겨워하던 아내는 곧 집을 나갔다.
당시 여섯살이던 딸아이가 그때부터 김씨의 손발이 돼 고사리손이 온갖 수발을 다 감당해 냈다.
그토록 헌신적으로 아버지를 보살피던, 지금은 고2년생이 될 나이인 딸아이는 그러나 결국 스트레스를 못이기고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두번째 버려졌다.
김씨는 딸 가출 후 식사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없다.
복지관 자원봉사자가 가져다 주는 도시락으로 엎드린 채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가진 것이 없지만 불가피하게 저녁은 배달시켜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심리적 불안이었다.
딸이 집을 떠난 뒤 김씨의 몸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
갈수록 굳어지는 것. 그래도 자신이 몸을 추스르면 딸이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재활에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다보니 재활치료를 받기 위한 외출도 할 수 없다는 점. 김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전동침대나 전동휠체어 같은 보장구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수백만원씩 하는 그림의 떡. "제가 어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딸이 돌아오지요. 못난 아비때문에 이 추운 겨울 딸이 바깥에서 고생할 생각을 하니 밥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김씨는 딸 걱정만 했다.
053)962-3831(안심제1복지관).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