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산된 대구세계문학제

지역 문단에서 추진하던 대구세계문학제가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세계문학제 준비위원회(위원장 김준성)는 최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적인 문학행사가 국비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연내 개최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대구시(문화예술과)의 한 관계자도 "10억원 이상의 행사성 경비는 교수 및 민간인들로 구성된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며 "국비 확보가 선결되지 않아 문학제에 대한 지방비 반영이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세계문학제는 지난해부터 김원중 교수(전 포항공대)·박재열 교수(경북대)·박방희 시인(한나라당 대구시지부 대변인)·박미영 시인(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등이 주축이 되어 25억원의 예산(국비 10억·시비 10억·자부담 5억)을 확보해 부산의 영화제·광주의 비엔날레와 상응하는 국제적인 문학행사로 추진돼 왔다.

문학의 도시 대구에 그럴듯한 국제행사 하나 없다는 점을 감안, 대구의 대내외적인 브랜드 네임을 부여할 만한 문학제를 열어 대구의 정신적·물질적 미래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였다.

세계문학제 준비위원회는 이에앞서 지난해 가을 그 사전행사로 국내외의 대표적인 한국인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문학포럼 형태의 한국문학인대회를 열고 세계문학제의 당위성과 열기를 높이는데 노력해 왔다.

한편 문단 일각에서는 추진되던 세계문학제가 좌절되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반면,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으로 당연한 귀결이라는 찬반양론도 없지 않다.

준비위측은 문단의 일부 비토 세력 때문에 모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문학제가 무산됐다며, 문단 원로들간의 오랜 반목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40대의 한 시인은 "지난 한국인문학제도 유례없이 성황을 이뤘다"며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문학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문학제 개최를 위해 문단이 한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학제 추진에 반대해 온 문인들은 "대구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세계 각국의 문인들을 초청해 국제문학제를 연다는 것은 무리"라며 "그같은 외형적인 행사가 문학의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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