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 이후 지역 정치권의 활로 모색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다. 위상 격하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여권의 대구.경북(TK) 거점확보 공세가 뜨거워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TK 구심점을 찾기 위한 지역 중진들의 입지 모색이나 향후 17대 총선을 겨냥한 여야 각 진영의 변신도 관심거리다.
◇한나라당의 선택=지역 정치권이 강재섭 최고위원과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결속할 지가 관건이다. '왜 두 사람이냐'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으나 이들을 제외하고는 차기 대권을 언급한 이가 없다는 점에서 우선 1차 대상이 된다.
또 노무현 시대의 출범이 '정치적 세대교체'를 의미한다면 지금껏 지역 정치권이 이렇다 할 차기 주자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한계도 내포하는 셈이 된다.
어쨌든 '세대 교체론'이 정치권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당개혁을 필두로 정계개편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정계개편이 실현된다 해서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 정서가 일순간에 뒤바뀌거나 TK 정치권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노무현 시대의 정치적 패러다임이 급변, TK 차원의 의제설정이 필요할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노무현식 정치개혁이 TK 내에서 '선택'의 문제로 부상한다면 두 사람이 그간 보여준 '허약한 정치력'이나 '절제된 리더십'과 상관없이 대안으로 선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지역 정치권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리란 얘기다.
그렇다고해서 강.박 의원의 정치적 생명이나 TK 맹주 자리를 보장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TK 위상은 물론, 자신의 입지를 전국 단위로 배가시켜야 하는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권오을 의원 등 초.재선급 40, 50대 의원들의 도전이나 이상득.정창화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의 입지확대 시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의 도전=노무현 시대 출범이 지역 여권의 환골탈태로 이어질 지가 핵심 과제다. 외부적으로는 '호남색'을 털기 위해 재창당 수준으로 변모하고 내부적으로는 지역내 '반(反)DJ'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차기 정권에서 여권내 간판역할을 할 TK인물이 마땅찮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반노(反盧)에 가까웠던 김중권 전 대표나 장태완.박상희 의원의 입지가 당장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같은 정치현실을 무작정 방치해서도, 할 수도 없는 만큼 중앙당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의 핵심측근인 이강철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은 "TK내 여권이 백지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 재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지방분권과 공정 인사 원칙을 지킬 경우 지역민심도 달라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주의 색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17대 총선=2004년 총선은 여러모로 '3김 시대' 이후 정치 지형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무현식 정치개혁이 하나의 정치적 패러다임으로 부상할 경우 지역 정치권내에서 세대교체론이 화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세대 교체론이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주의 정당색채를 탈색시킬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처럼 여겨진다. 정치개혁이 '정당 운영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진다 해도 곧장 TK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구제 변화가 가시화되고 여권이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설 경우 17대 총선을 고비로 지역 정서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