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비정규직 차별 철폐

지난 주말 영남지역 일부를 뺀 전국에 눈이 내렸다.

스키나 눈꽃구경, 온천여행 등 겨울 레포츠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또 해외 골프여행은 지금이 연중 최대 성수기다.

그래서인지 요즘 기업체에는 겨울 휴가자들이 부쩍 늘었다.

'놀토'(노는 토요일)를 앞세운 3박4일짜리부터 토요일에서 다음 일요일까지 무려 8박9일을 쉬는 휴가신청도 적지않다.

법제(法制)는 아직도 국회에 머물러 있지만 주5일 근무제는 어느새 상당수 일터에서 일상이 돼 버렸다.

정권인수위원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차기 정부의 주요 국정의제로 내걸었다.

현추세로 본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상당부분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정책이 사용자측의 양보로만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의 보조업무 내지는 이른바 3D 직종을 맡고 있다는 현실을 볼 때 차별철폐를 위해서는 정규직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런 점에서 "사측이 올해부터 임단협 협상에서 비정규직 몫으로 돌아갈 지분을 우리 몫에서 떼자고 할 게 아니냐"는 정규직들의 우려와 불만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수한 탓에 기업의 생산성과 이윤이 늘고, 정규직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성과급과 휴가를 받고있다.

대기업-중소기업-영세기업간 격차가 심해진 만큼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빈부차가 커져 버렸다.

새정부가 추진하는 차별해소는 근로조건의 상향평준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이미 어느정도 높아진 정규직원들의 근로조건에 비정규직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대결구도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나 언급없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조만간 같은 조건을 누릴 것처럼 얘기되는 것을 보면서 인수위의 복안(腹案)과 산업현장의 분위기 차이가, 주말휴가 계획에 들떠 있는 정규직과 그들이 떠난 뒤 야근으로 그들의 공백을 메울 걱정을 해야하는 비정규직의 서글픔만큼이나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사회2부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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