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스-이책!

▲객주(김주영지음/문이당, 전9권, 각권 9천원)

달빛이 소금처럼 뿌려진 산골짜기. 비탈에 아무렇게나 휘어진 나무들은 곤히 잠이 들었다.

벌레들도 산새들도 까무룩 잠이 들었나보다.

등짐을 멘 보부상들이 징검다리 위를 총총히 건너간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걸까. '객주'만치 이 땅을 따뜻하게 어르는 소설이 있었던가.

지난 81년 첫 출간,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민중들의 삶을 걸쭉하게 뽑아낸 '객주' 개정판(전9권)이 22년만에 재출간됐다.

작가 김주영(64)씨는 "민초들이 나름대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21세기 젊은 독자들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재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주인공 없는 역사소설'로 불리는 객주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로 내용의 중심을 옮겨간다.

왕조와 영웅중심이 아니라, 이름없는 민초들의 삶과 생명력에 천착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민중문학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5년간 장터를 순례하고, 200여명으로부터 증언을 채록했다·그 성과는 책 속에 담긴 풍부한 토착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각주를 따로 달아놓은 토착어들 상당수는 사전에조차 실리지 않은 것들이다.

개정판은 요즘 젊은 독자들에 대한 배려에 초점을 맞췄다.

생소한 낱말에 각주를 달고 어려운 한자성어도 풀고 다듬었다.

특히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각권의 줄거리, 작품의 배경과 집필과정에 대한 작가와의 방담 등을 담은 일종의 '메이킹 북'격인 '객주 재미나게 읽기'를 곁들였다.

▲청소년 토지(박경리 지음/이룸, 전12권,각권 8천원)

원로작가 박경리(77)씨의 대하소설 '토지'를 청소년용으로 재구성한 '청소년 토지'(전12권)가 발간됐다.

원작 '토지'는 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했다가 26년만에 완성된 대작으로 200자 원고지로 3만여장의 분량이다.

1897~1945년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만주, 도쿄에 이르는 배경을 갖고 5세대에 걸친 가족사를 펼쳐보였다.

그러나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서사구조는 완독이 어려울 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기도 벅찬 감이 있었다.

'청소년 토지'는 이런 점을 감안, 원고량을 5천장으로 줄이고 삽화를 곁들여 동화책 형식으로 꾸몄다.

내용면에서도 원작에 나오는 사상적 논제들을 대부분 빼고 줄거리 위주로 쉽고 새롭게 구성했다.

각권 말미에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주요 인물들을 정리해 전체적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 박경리씨는 "나는 예전부터 청소년들이 '토지'를 읽어주기를 바랐다.

단순히 일제시대의 고난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와 이 세상에 생을 받아 나온 모든 생명들이 안고 있는 삶의 부조리, 그것에 대응해 살아남는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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