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으면 맨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뜨거운 태양과 사막, 광활한 초원, 어슬렁거리는 사자, 북소리와 집단 무용, 창을 든 흑인…. 좀더 감각이 있다면 축구, 킬리만자로, 타잔 등이 생각날 것이다.
철학자 헤겔은 "아프리카에는 역사가 없으며 아프리카의 역사는 유럽인이 만든다"고 했다.
우리 뇌리에는 잡다한 이미지를 제외하고는, 그곳의 역사와 인간의 삶에 대한 인식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서구의 식민지사관이 우리에게까지 여과없이 주입돼 왔음을 알게 된다.
'아프리카의 역사'(가지않은 길 펴냄)는 그곳만의 치열한 역사와 사람들의 향기가 존재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존 아일리프(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유럽사 중심의 시대구분을 버리고 '인구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아프리카 역사의 부침이 인구의 증감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봤다.
아프리카는 20세기에 들어설 때까지 영토에 비해 늘 인구가 부족했다.
전통사회의 모든 제도와 생활양식은 부족한 인구를 만회하거나 늘리려는 목적과 관계가 있었다.
만약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유럽이나 중국 같은 문명의 잣대로 아프리카를 본다면 아프리카는 역사도 문화도 없는 땅이 되고 만다.
인구부족으로 인해 근대국가가 출현하지 않았고 정치적 리더십을 키울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 유럽인들에게 야만인으로 공격당하는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저자는 15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행해졌던 노예무역에 대해서도 또다른 시각을 드러낸다.
노예무역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유럽 노예상인들의 일방적인 만행은 아니었고, 아프리카 안에서는 훨씬 전부터 노예매매가 성행했고 노예제가 존재했다.
인구부족이 노동의 축적을 어렵게 해 노예매매를 자극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아프리카는 5천년전 기후변화로 사하라지역이 사막으로 되기전에는 유라시아와 동등한 지위를 누렸다는 점이다.
철기 가축 무역 질병 종교 문자 등을 유라시아 중심부와 공유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향후 아프리카의 역사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20세기 이후 급격한 인구성장은 아프리카인에게 해방과 독립을 안겨줬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아와 전쟁 등 새로운 고통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든지 인력 자원 환경 등에서 새로 개척할 여지가 많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인류는 아프리카를 잘 모른다면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아프리카는 인류의 발상지이면서도 인류가 가진 가장 큰 미래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지 않은가. 존 아일리프 지음/가지않는 길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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