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주한미군 철수 논쟁 유감

미군장갑차 여중생 참사사건과 관련 미군의 재판과정에서의 잘못된 절차와 결과에 항의하는'촛불시위'가 일부 참가자들의 반미감정 표출로 장기화됨에 따라,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반미감정으로 확산되고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까지 비약되고 있다.

이러한 반미정서와 미군 철수론의 확산은 역작용을 일으켜 미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과 미국판 주한미군 철수론을 유발하고 있는 듯 보여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미국의 의회를 위시한 정계, 대도시의 유수 언론매체, 그리고 경제계의 우려와 심상찮은 반응들이 보도되고 있으며, 심하게는 "원하지 않는 나라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양국의 적절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칫 한·미 관계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미관계의 표면을 벗겨보면 이를 특정 짓는 잠재적 요소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감정 증후군 (emotional syndrome)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 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된 양국간의 갈등, 한국의 경제성장과 대미무역 증대로 나타나기 시작한 통상마찰, 주한미군의 범죄증가 등으로 야기된 갈등과 불신감 등이 양국관계를 상당히 복잡한 양상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등과 같이 전쟁 중 미군의 비인도적인 행위, 매향리 사격장 소음공해 유발사건, 미군의 유독(有毒) 물질 불법폐기 행위로 빚은 환경공해 유발사건, 미군기지 이전 요구 등 수 많은 사안들의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미국의 우월적이고 불평등한 태도가 우리의 자존심과 대미 태도에 상당한 손상을 입혀 반미정서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반미정서와 미군철수 문제를 혼동해서도 안되고 성급히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일이다.

주한미군의 존재이유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좀 더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한 미군은 한국전쟁 후 휴전 당시 북한의 재도발 우려와 한국의 안전을 우려해 우리의 요청으로 미국과 한국이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것이며 그 이후 이 조약은 성실히 지켜져 왔다.

양국의 군사협력은 그 동안 북한의 대남 적화의도와 크고 작은 전쟁도발에 결정적인 억지력을 행사함은 물론 한국의 방위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간 주한미군의 수는 많이 감축되어 현재 3만7천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은 우리의 안보에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적어도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완전히 가시거나 한국이 자력으로 국방을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존재이유의 핵심은 국가이익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정착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고, 이러한 양국 안보협력관계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는 틀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북한은 남한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무력과 왕성한 전투의욕으로 훈련된 단기전 전투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 단독으로 방어하기 힘든 상태이므로 주한미군의 존재는 유효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한.미의 긴밀한 공조로 북한 핵 억지 세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셋째, 주한미군의 지역안보 기여는 그 동안 한국의 정치 및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이 됐으며, 이로 인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제고와 역할 담당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점이다.

끝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서 지역 내 국가들이 공존 공영의 집단안보체제를 형성하기까지 그리고 한국이 이들 국가와 원활한 국제관계를 성공적으로 형성할 때까지 양국간 협조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주한미군문제가 한.미 양국의 국익차원에서 결정한 한미방위조약의 결과인만큼 신의와 합의로 이를 유지하고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과 한국민간의 갈등이나 불협화 요소는'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수정 및 보완을 통해 해소하고, 양국 국민들간의 문제는 감정적 처리보다는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국제적 사안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하 각계 지도자가 국익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국민들도 개인적.집단적 이기심을 떠나 보다 냉철한 판단과 행동으로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철수나 감축문제는 결코 성급한 반미감정이나 반한 정서로 주장하거나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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