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칼리마쿠스의 삼각지대로 가고 있습니다.
칼리마쿠스는 최초로 도서들을 주제별, 저자별로 분류했던 대사서입니다". 도서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도서관 내부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칼리마쿠스 삼각지대에 선 필자는 마치 거대한 영화 스크린 앞에 서있는 듯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발 밑으로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시험공부하는 학생들,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사람들, 서고를 돌아보는 유럽과 일본에서 온 수십 명의 관광객들…. 가히 장관이었다.
라일라 압델 하디 도서관장의 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자랑은 그칠 줄 몰랐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한 도서관들은 대부분 중세형의 옛날 건물에 내부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주는데 반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최신식 건물에 내부는 밝고 가벼워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부속기관들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도서관은 물론이고 박물관, 음악연주홀과 전시관, 회의장 등 다양한 공간들이 함께 자리잡고 있어 '문화재단'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것은 도서관 자체적으로 교향악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초현대식 건물인 도서관의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66개의 기둥들이다.
천장의 기둥은 청색과 녹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는 바다와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천장에는 화재에 대비하여 각 층을 구분하여 보호해줄 방화커튼과 고열이나 가스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프링쿨러가 장치돼 있고 지붕은 특수유리로 덮어 이집트의 강한 태양빛을 간접적으로 이용하여 열람실의 조명으로 이용하고 있다.
열람실도 다양하여 연구실, 개인열람실과 그룹열람실을 비롯하여 200여 열람실을 갖추었고 초현대식 도서관답게 어린이열람실과 청소년열람실, 멀티미디어실과 음악도서실 등을 비롯하여 2천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박물관으로는 고서박물관과 희귀본도서실, 과학박물관을 갖추고 있고 세계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각종 전시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곳은 바로 고서적 박물관과 희귀본 소장실이었다.
고서적 박물관에서도 가장 관심을 끌었던 책은 1575년에 씌어진 '독일역사'라는 오래되고 두꺼운 책과 978년에 발행된 필사본 서적 '회교예언서의 해설서'였는데 나란히 보관돼 있었다.
희귀본 소장실은 고서적 박물관의 옆 방에 자리잡고 있는데 희귀본들을 손으로 만지면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7000부 이상의 희귀본들이 종류에 따라 분류돼 있었다.
아직도 정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지 사서들이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고서들은 그리스어·불어·영어·스페인어·아랍어·고대이집트어 등 전세계어로 분류돼 있으며 희귀본은 주로 17세기 이전의 책을 중심으로 학자들이 희귀본으로 정식으로 분류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 도서관에서 동양의 고서들은 단 한 권도 발견할 수 없어 아쉬움을 갖게 했다.
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도서관건물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걸작품이다.
영국의 공학건설잡지인 '토목'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2000년 세계최고의 건축설계상을 수여한 바 있다.
도서관의 설계는 77개국의 523개 회사에서 출품한 설계작품 중에서 노르웨이의 '스노헤타'사의 설계작품이 선정됐다.
건물은 강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는데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고 있다.
고대시대 태양은 인간세계와 문화활동을 비춰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를 도서관건물이 표현하고자 애쓴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알렉산드리아시의 고도제한으로 인해 도서관의 11층 건물 중 5개 층은 지하에 지어졌다.
대열람실들이 모두 지하층에 자리잡고 있지만 자연광을 살려낸 덕에 전혀 지하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설계돼 있다.
이는 기초공사가 대규모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1990년부터 도서관공사의 설계에서부터 현장공사까지 모든 일을 밤낮없이 지휘했던 압델 모흐센박사는 당시의 공사상황을 회상하면서 "끔찍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기초를 놓는 데만 1년 반 걸렸고 비용은 6천만달러나 들어갔다.
1500명의 인부가 2교대로 밤낮없이 일했는데 지하로 깊이 파내려가면서 바다에서 밀려오는 물을 감당하기가 무척 벅찼다고 한다.
"바닷물이 차들어오면 퍼내고 또 차들어오면 퍼내고…이 일이 가장 힘들었다"는 모흐센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축은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이집트가 모처럼만에 이룬 거대한 역사(役事)라는 의미가 강하게 다가왔다.
지금도 새 도서관이 넘어야 할 고개는 많이 남아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기금을 조성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문화행사를 이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시민들의 쾌적한 문화생활을 위한 조경사업이 미래의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서관 주위에 푸른 공원을 조성하는 것과 바닷가를 차지하고 있는 해군부대를 옮기고 시민들을 위한 광장을 조성하는 일이 그것이다.
하영식(자유기고가)youngsig@teledom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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