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양열전(6)-화목 부르는 양의 따뜻함

필묵(筆墨)으로 양을 그리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사랑방에 앉아 붓을 잡던 방식으로 말이다.

문인화(文人畵)다.

보통 사군자나 그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소재와 영역은 무척 넓고 다양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양을 소재로 한 문인화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선 셈이다.

먹을 한번 묻혀 일사천리로 완성해야 하는게 기본이다.

두번의 붓질은 허용되지 않는다.

붓 가는대로 양털의 보송보송함을 표현하고, 대(竹)치듯 바닥의 풀을 가볍게 그린후 화제(畵題)를 멋들어지게 써내려갔다.

'목이온(穆以溫·화목은 따뜻함에서 온다)'이라. 요즘의 정치나 사회상황을 볼때 그것만큼 잘 어울리는 말도 없지 않는가. 여백이 주는 맛도 좋다.

화면을 시원스레 비워놓아 감상자에게 적지않은 여운을 준다.

작가에게 그림에 나타난 의문점을 물어봤다.

"앞에 있는 양은 늑대와 닮았는데요?"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작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얘기를 못들어봤어요? 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늑대 같아요". 그것도 모르고 있느냐는 말투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수밖에….

그림:김진규(문인화가)

글: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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