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남녀 차별

성희롱은 자연스러운 성적매력에 대한 표현이므로 법적으로 제제할 수 없는 행위라는 의견이 우세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하여 사회적으로 무해한 사건쯤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상대방에게 부정적 영향보다 친밀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데서부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희롱은 대개 예쁜 외모를 가진 여성만 당한다든지, 여성들끼리는 성희롱을 당하지 않는다는 편견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가치관을 반영한다.

어떤 사람은 성관계 해 봤냐고 물어봐도 아무 느낌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박이라 놀려대고, 계집애라는 말만 들어도 굴욕감과 불쾌감, 수치심을 느껴 괴로운 사람도 많다.

그러고 보면 성희롱은 하는 사람의 의도보다는 당하는 쪽에서의 느낌이 우선적인 것이 당연한가보다.

강간만을 성폭력이라는 범주에 넣어 법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현 체제에서는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음담패설 정도는 대충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뚱뚱한 사람을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성희롱이냐고 따지며 덤벼들던 관리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자가 다소곳해야 되는 것이 원칙이지 무엇이 문제냐며 이해 안된다는 듯 쏘아붙이는 사람들에게 성희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의 아픔을 토로하고 싶다.

성희롱을 남녀차별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직장내 성희롱이 만연되어 있는 현실에서 예방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성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는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의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성역할에 기초한 성희롱을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희롱은 성차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인권침해로 봐야 한다.

성희롱은 직장 내에서는 일할 권리와 환경을 저해하는 노동권의 침해이며, 개인적으로 원하거나 부탁하지 않은 성적 행위에 의해 발생하므로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된다.

습관적으로 상대방을 성희롱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면서, 인간애의 관점에서 성희롱을 바라보자.

정명란(아름다운 성만들기센터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