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크노@테크노-(3)타이완 국가실험고급중학

1982년 3월23일. 타이완 교육부, 국가과학위원회, 학계, 연구기관, 대학 대표들이 신주과학단지에 모여 서로 머리를 맞댔다. 신주과학단지에 입주한 기업, 연구소, 대학, 정부기관 등의 직원 자녀를 위한 '특별' 교육기관을 세우는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이었다. 이날 회의 결과, 신주과학단지의 유아 및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핵심교육 기관으로 1983년 8월 실험고급중학이 설립됐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녀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타이완 국민성에 비춰볼 때 일류 엘리트들을 수도 타이베이에서 100km나 떨어진 신주지역-타이완섬이 영남권 정도의 면적에 불과하기 때문에 타이완 국민들에게 이 정도 거리는 상당히 먼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자녀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은 필수시설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해외에서 성공한 연구원, 엔지니어,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의 경우 그 자녀를 효과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외국인 학교가 없다면 고국(타이완)으로의 귀국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전혀 다른 서구적 문화에서 교육받던 아이들이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고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국의 과학·기술·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려고 귀국의 결단을 내리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교육환경. 이것은 과학·기술 기반의 첨단지식경제 시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프라다. 아무리 신주과학단지가 훌륭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뛰어난 운영시스템을 완비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지 못했다면 신주과학단지의 '신화'는 한갓 헛된 '꿈'에 그쳤을 것이다.

고급실험중학은 유치원 및 초·중·고교와 외국인학교가 한 울타리안에 있는 타이완 유일의 학교다. 교육부의 감독을 받고 공채를 통해 교사를 모집하지만 다른 학교처럼 정부에서 교사를 배정하지는 않는다. 우수한 교사를 공채를 통해 선발, 임용할 수 있는 권한이 학교 자체에 있는 것이다. 8년째 재직중인 따리 리 밍 교장도 교육부, 국가과학위원회, 학계, 학부모, 교사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선임됐다.

현재 유치원 6학급, 초교 48학급, 중학 16학급, 고교 12학급, 외국인학교 20학급 등 102학급, 전교생 3천123명으로 구성된 고급실험중학은 평균 연령 36세인 229명의 교사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3.6명에 불과하다. 설립취지에 따라 고급실험중학의 입학자격은 범신주과학단지 구역에 속한 첨단기업, 정부기관, 전문연구기관 종사자와 칭화대, 지아오퉁대 교직원 자녀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고등학교는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지만 고급실험중학의 중학과정을 마치고 상위 20%내에 든 수험생은 무시험 입학의 혜택이 주어진다.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신주과학단지 종사자 자녀에게 최우선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정원이 남을 경우에 한해 일반인 자녀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외국인학교는 외국인 전문가나 해외에서 귀국한 중국인 학자 및 전문가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영어 입학시험을 거쳐 입학을 허가한다. 외국인학교는 연중 언제나 입학할 수 있다.

타이완 교육부의 일반적 교육과정을 따르지만 실험고급중학은 국제적 안목을 가진 글로벌 시티즌(시민)을 기른다는 학교 교육목표를 위해 '다문화 교육' 및 '혁신적 실험과 연구' '교사 자치권' '창의적 사고' 강조한다. 지아오퉁대학과 원격협력학습 프로그램 'CORAL'을 운영하고 있고, 조만간 칭화대학 생명과학대 교수들과 외국인학교 생물교사 및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구프로젝트식 학습방법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승훈 기가램(반도체디자인하우스) 대표는 "고급실험중학 외국인학교의 학비가 타이베이의 외국인학교의 20~30%에 불과한데다 교육의 질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자녀교육을 위해 신주과학단지 입주기업을 선택하는 엔지니어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