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수해의연금 처리 몸살

지난해 태풍 루사로 엄청난 수해를 당했던 김천시가 이번엔 수해의연금 처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건이 매듭지어져 가면서 한 두사람이 빚어낸 작은 문제가 침소봉대된 감이 없진 않지만 김천시를 보는 외지인들의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코흘리개들까지 앞다퉈 수해의연금 모금 행렬에 동참했던 점을 생각하면 횡령 등의 말 자체가 나왔다는 점만으로도 오명의 생채기는 깊숙하다.

수해의연금 등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는다는 익명의 투서에 따라 수사에 나선 김천경찰서는 성금 일부를 횡령한 마을이장 한 명을 찾아냈고, 성금 1천200여만원을 현금으로 장기 보관한 면사무소 한 곳을 적발했다.

면사무소측이 보관해 온 현금이 딴 곳으로 샌 것은 아니지만 장기 보관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게 경찰 및 시청의 분석이다.

"그게 어떤 돈인데…".

이를 수사한 경찰들도, 횡령 등 사실을 전해들은 시민들도 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너무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수해의연금과 물품 등이 하루에 트럭 100여대분씩 답지할 때 다소 우려는 했죠, 수해복구다 뭐다 행정력이 마비될 지경인데, 이를 수재민들에게 고루 나눠줄 수 있을지 하고 말입니다". 김천시청 한 간부는 마치 예견된 말썽이란듯 못내 아쉬워했다.

"수해복구로 고생만 실컷 하고 괜한 오해로 공무원들에 대한 시각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또 다른 간부의 푸념이다.

김천시청이 집계한 태풍 루사로 인한 지역 이재민은 4천300여명, 사망.실종자도 27명이나 된다.

피해 발생후 전국에서 답지된 물품 등은 수십만점에 달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 성금의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다는 게 시청측의 설명이다.

전기.통신이 두절되고, 전 공무원이 수해복구에 동원됐던 사정을 감안하면 정확한 물품 접수 현황을 알 수 없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수해의연금의 횡령 등 문제점이 빚어졌고, 아직도 수재민들에게 미지급된 물품이 남았다고 하는 만큼 차제에 수재민들에게 고루 나눠졌는지, 미지급된 성금이나 물품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 수재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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