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포럼-개전일여 개혁의 기본은

"변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는 이 말은 90년대 영국총리 블레어가 한 말이다.

실제로 변화에 실패했던 일본은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변화와 개혁은 얼마나 이 시대에 절실하고 당연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 있은 대선에서 국민이 변화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변화와 개혁은 아직도 미완이며 일부는 실패했으므로 다시 하라는 국민의 명령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당선자 측이 마련하고 있는 개혁프로그램은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기대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나온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의 기본정신이 무엇인지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회견 때마다 내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직접 민주주의 정신이 그 기본이 되었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는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권력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의미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국가의 정보량이나 민간의 정보량이 거의 같은 수준이 아닌가. 따라서 개인이나 민간의 위상이 어느 시대보다 높은 때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던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전체.조직으로부터 시장. 민간.개인으로 권력이 이동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익히 경험해온 우리로서는 더욱 절실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을 통한 장관 추천이나 정책제안, e 청와대 도입 등 소위 인터넷 정치 도입을 통해 우리 정치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도 있다.

그리스나 초기 로마의 직접민주주의를 사이버를 통해 부분적이나마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책 없이 시행한다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이버의 익명성이나 무책임성은 물론 인터넷 포퓰리즘이나 여론독재 등의 우려도 있다.

게다가 노사모와 같은 정치적 팬클럽이 있을 경우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오해의 소지도 남기게 된다.

또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인구의 비율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기회균등의 원치도 깨지게 된다.

그 외 내각제에 가까운 분권형 개헌 계획이라든지 지방분권 약속 등이 모두 국가에서 시민으로 권력을 넘기는 시대흐름에 맞는 변화와 개혁들이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조직을 경량화하는 슬림화, 젊은 CEO등장 등 정보화 시대에 맞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 왔었다.

일찍부터 동양사상에는 개전일여관(個全一如觀)이란 것이 있었다.

이 말뜻은 '부분이 전체요 전체가 곧 부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를 개전일여관으로 보면 지금까지 '전체가 곧 부분'이라는 즉 '전체(국가) 우위'의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나라(全)가 잘 살면 지방(個)도 잘 산다'는 발전모델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물론 나라는 발전되었으나 지방은 껍데기만 남은 지방공동화로 나타났다.

그 뿐인가. IMF위기 때도 그랬다.

'나라가 살아야 지방이 산다'였다.

결과는 중앙은 살아났으나 지방은 더욱 사막화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부분이 곧 전체'라는 '지방(個)의 발전을 통해 나라(全)를 발전시킨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전체' 우선의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 우선의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철학자 하버마스의 '전체속의 개체이론'도 이를 뒷받침해주며 또 국부론을 대신하여 지역문화가 발전해야 국가도 발전한다는 향부론(鄕富論)도 이를 받쳐주고 있다.

또 조직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개인우위론도 마찬가지다.

영국 총리 블레어는 "개인의 재능은 바로 21세기 국부(國富)이다.

개인 재능을 구현하는데 실패한다면 영국은 실패한 나라가 될 것이다"라며 개인의 발전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만능이 아니다.

시장실패를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교정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4류의 정치가 2류의 경제를 교정한다는 자체가 우려스러우며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시대흐름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소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추구와는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어떻든 이렇게 민주주의라면서도 위에서 내려오던 정치가 이제는 밑에서 위로 오르는 정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민(民)중심의 정치.직접 민주주의가 조금씩 시현 되려고 하고 있다.

서상호(주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