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걸레와 행주

똑같이 못쓰게 된 내의라도 '걸레'라 불리면 마루로 던져지고 '행주'가 되면 부엌에서 대접받는다.

걸레! 행주!로 불리는 순간부터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하나는 죽을 때까지 더러운 것만 닦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평생 마르고 깨끗한 것만 상대할 수 있다.

남녀연예인에 대한 미디어의 담론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남성에게는 '한번의 실수''깊이 반성'으로 허용적 태도를 보이지만 여성이 대상이 되면 달라진다.

우선 '사생활'로 통렬하게 비난받는다.

복귀하기도 어렵다.

지난 89년, 가수이자 배우인 유연실은 유부남 변호사와의 스캔들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국내 최초의 여배우 누드집 '이브의 초상'은 그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96년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로 물의를 일으켰던 신은경은 사건자체보다는 동승한 남자의 신원으로 더 주목받았다.

이후 계속적인 방송복귀를 시도하다 팬들의 강한 반발로 실패했지만 임권택 감독의 '창'을 통해 강한 노출연기를 보이며 어렵게 돌아올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남자매니저와의 스캔들로 연예계를 떠났던 진재영은 영화 '색즉시공'의 파격적인 노출을 담보(?)로 컴백했다.

지난 3월 '엑스터시'상습복용으로 구속되었던 성현아의 연예계 첫 복귀작품은 '성현아 누드영상'이다.

케네스 클락은 그의 저서 '쟈네스'에서 "나체는 단지 옷을 입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누드는 예술의 한가지 형태"라고 했다.

나체는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가는 것이지만 누드는 타인에게 나체를 보여주는 것. 나체는 드러내는 것이지만 누드는 전시가 목적이다.

단순히 벗은 상태가 아니라 일종의 복장이 누드다.

재기를 바라는 여자연예인의 누드도 그렇다.

최소한 이 정도의 특질은 갖추어야 옳다.

단순히 벗은 몸으로 성적충동에만 호소하는 것은 자신의 추락에 날개를 달아준 미디어의 또 다른 희생물이 될 수 있다.

가수 싸이는 재기에 성공했지만 같은 시기의 황수정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황수정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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