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수행평가 유감

6차 교육과정때부터 각급 학교에 수행평가가 도입됐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행평가는 이제까지의 시험 위주 평가에서 평소 학습활동에 대한 경과를 교사가 자율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교육도 변한다는 것을 일선 교사들이 실감하게 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수행평가를 생각하면 '삶의 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수행평가'도 학력중시 풍조에 밀려 도리어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고교 평준화가 되지 않은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중학생에겐 수행평가가, 과제물을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언젠가 한문 과목에 '한자쓰기'를 수행평가에 적용한 일이 있다.

B등급을 받은 한 학생이 교무실에 왔다.

"선생님, 저의 글씨가 왜 B가 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그 순간 교사라는 나의 존재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 학생은 본인의 부족한 필체가 점수의 감점이 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학력제일주의로 인해 첨예한 이해관계로 전락한 사실을 깨닫고 어떤 슬픔이 느껴졌다.

그렇다.

가르침과 배움은 어떤 외부적인 제도에 의해 가감이 되어서는 안된다.

스승은 제자를 이끌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에 한 점 오해가 없어야 한다.

수업 후 가끔씩 과제물을 내지만 학생들은 그때마다 "선생님 이것 수행평가예요?"라고 소리 높여 묻는다.

자기들이 낸 과제물이 선생님에 의해 점수로 평가될지를 따져묻는 학생들의 '긴장된 눈빛'이 나는 싫다.

수행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자는 교육의 목표가 오히려 학생들을 긴장시키는 현실이 안타깝다.

언제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를 편안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류미순(경주 선덕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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