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너를 위해
또 너를 위해
너희들을 위해
씻고 닦고 문지르던 몸
이제 거울처럼 단단하게 늙어가는구나
투명하게 두꺼워져
세탁하지 않아도 제힘으로 빛나는 추억에 밀려
떨어져 앉은 쭈그렁 가슴아-
살떨리게 화장하던 열망은 어디가고
까칠한 껍질만 벗겨지는구나
헤프게 기억을 빗질하는 저녁
삶아 먹어도 좋을 질긴 시간이여
- 최영미, '목욕'
갓 서른을 넘었을 때 쓴 시가 불혹의 나이를 넘은 여류시인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살떨리게 화장하던 젊은 육체의 시간은 가고 오직 뒤집혀진 추억의 서랍만이 빛나고 있다.
동시에 그 추억이란 칼로도 끊을 수 없는 질기디 질긴 매머드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상처를 누더기 하나 걸치지 않는 투명한 몸부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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