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촌의 50대-주부 세가와 우메요

규슈(九州)출신의 세가와 우메요(細川 梅代·58)씨 역시 히타치(日立)시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집에 들어가면 커다란 빵굽는 가마가 눈에 띈다.

멋진 누렁이가 반가운 듯 짖어대고 남편과 삼남매의 사진이 객을 반긴다.

히타치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남편, 삼남매와 함께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았던 세가와씨가 뜻밖의 큰 시련을 겪은 것은 지난 95년. 10년 넘게 노환에 시달리던 시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남편 역시 그녀와 삼남매를 남기고 어머니의 뒤를 따랐다.

견디기 힘든 슬픔이었지만 세가와씨는 남은 자녀들을 위해 힘을 내야만 했다.

"전 요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야채와 무공해 재료를 사용해서 조미료를 쓰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왔지요. 애들이 소·중학교에 다닐 땐 학교급식에 반대해 4년간 도시락을 만들어 주기도 했답니다". 집 한쪽에 4평 남짓한 가마를 만들어 빵과 과자를 만들어 팔았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과자는 인기가 있어 생활에는 큰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삼남매가 유전적인 영향으로 심장이 약해 항상 그녀를 근심케 했다.

98년 또다시 불행이 닥쳐왔다.

미국에 유학중이던 딸이 갑자기 죽은 것이었다.

그녀는 사진 속의 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진속의 아이가 천국에 가기 몇 분전의 모습이지요.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 사진찍고 놀다가 몇 분후 심장 발작을 일으켜서 그만…". 눈물을 참지 못한 그녀는 한참만에 "남아 있는 동생들 역시 걱정이랍니다"라며 조용히 말을 맺는다.

두 남매 역시 미국에 유학 중이라 세가와씨는 요즘 혼자 살고 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딸 키미에(23)는 비교적 건강하지만 항공 공학을 공부하는 아들 히데히로(21)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할 만큼 심장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

그러나 세가와씨는 자신의 슬픔에만 빠져있지는 않는다.

일본에서는 보기드물게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십수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장애인시설인 '태양의 집'을 찾아 자원 봉사자로 돕고 있다.

장애인들이 하나, 둘 천국으로 가는 길을 지켜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한다.

"일본인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일본 사회는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전 그런 것들을 싫어해요. 언제나 미래를 향해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도 그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답니다".

그녀의 하루는 매일 바쁘고 활기차다.

빵과 과자를 주문받아 집에 있는 가마에서 구워 파는 것이 주 수입원이지만 틈틈이 동네 어린아이들과 함께 과자를 만들며 놀아주기도 하고, 과자 굽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때는 모처럼 한국여행을 하기도 했다.

비록 다른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행복 - 자상한 남편, 건강한 아이들-은 그녀에게 없지만 그녀는 오늘도 사랑으로 빵을 굽고, 장애인 아이들을 보살피고, 이국 땅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김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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