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숨은풍경-칠성시장 닭똥집

저지방 고단백이어서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인기 있는 '닭똥집'.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민망스런 감이 없잖지만 맛은 최고이다.

흔히 대구에서는 '닭똥집' 하면 평화시장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쪽은 소매 식당들이고 정작 집산처는 칠성시장이다.

칠성시장은 대구뿐 아니라 경주·포항·마산 등 경남북 전역까지 커버한다.

출하되는 양은 하루 평균 2t 정도. IMF사태 전보다 절반이나 줄었지만 그래도 8개 가게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나가는 도매가는 kg당 2천원. 광주의 4천원, 서울의 3천500원보다 휠씬 싸다.

이 때문에 서울·부산 등의 식당이나 중도매상들도 닭똥집을 구하려 칠성시장까지 쫓아오고 있다.

이곳 가게들은 가공 과정이 매우 힘들다고 했다.

도계장에서 가져올 때는 기름덩어리가 붙어 있어 이를 깨끗히 도려내야 한다는 것. 이 작업에 필요한 기계가 없어 손으로 일일이 작업하다 보니 한 사람이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야 3, 4천개 처리가 고작이라고 했다.

게다가 요즘은 인부 구하기도 힘들다고.

"IMF사태 전 경기가 좋았을 때는 아예 도계장에 10억원씩 보증금을 미리 주고 닭똥집을 싹쓸이해 가는 상인들까지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더러 싸움도 벌어졌지요". 1984년부터 닭똥집 도매상을 하고 있다는 '서울닭집' 석형곤(52)씨는 "전국에서 칠성시장만큼 닭똥집을 대규모로 거래하는 곳은 없다"며 "올해는 거래처를 넓혀 옛 수준으로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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