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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수사권 독립' 고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6일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와 관련, 검찰과 경찰이 대립양상을 보이자 중재에 나섰다. 임채정 인수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이팔호 경찰청장과 김학재 대검 차장을 불러 오찬을 같이하며 "인수위는 검.경 개혁을 위한 방향만 잡고 새 정부 들어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임 위원장이 검.경 양쪽 입장을 듣고 오해를 풀고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를 놓고 검.경이 대립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해법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포함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약속했으나 검찰의 저항이 완강한데다 검.경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확인된 지역구도 및 정치적 입김 등과의 역학관계를 고려, 도입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15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수사권 독립'에 관한 입장을 보고받고 별도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검.경간 첨예한 대립구도 때문인지 인수위 박범계 위원(정무분과)도 "(수사권 독립문제에 대한)특별한 방향성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인수위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경찰청은 이날 보고에서 ▲경찰은 모든 범죄에 대해 검사와 함께 수사의 주체임을 명문화 ▲수사에서 검사와 경찰은 상호협력관계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의 포괄적 지휘는 배제하고 일반적 준칙과 일반적 지휘에 국한 ▲긴급체포 검찰승인제 폐지 ▲경찰의 1차적 변사자 검시권 보장 ▲범죄발생 보고 등 각종 보고의무 삭제 등 9가지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 준칙'의 의미와 관련, 박 위원은 "검찰이 모든 범죄 수사와 관련 수사 종료 때까지 구체적인 수사 내용이나 방향을 지시할 수 없고 일정한 서식형식의 수사지침을 기준으로 삼자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경찰청 업무보고에 대한 5가지 의견을 묻고 조속한 시일내 경찰청의 답변을 요구했다. 질문은 ▲경찰사무를 사법경찰사무와 행정사무로 분류할 지 여부 ▲전체 경찰인력 중 사법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경찰인력의 비율 및 보직변경 등의 인사방법 ▲'민생치안범죄'의 범위와 전체 범죄사건에서의 비율 및 우선순위 ▲검사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배제했을 경우 사법적 통제와의 상관성 ▲경찰대학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이었다.

박 위원은 "검찰과 법원, 경찰청과 논의를 거쳐 수사권 독립 여부를 결정해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경 대립에 대해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각자 고유의 업무영역을 주장하고 있으나 갈등은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서도 "전국 단위의 경찰조직은 정치권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지역 구도가 확연한 현실에서 자칫 자치경찰제가 지역 정치권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당선자는 지난해 6월 서울경찰청 기동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분권주의자다. (당선되면) 큰 선물을 주겠다"며 경찰 수사권 독립을 시사한 데 이어 대선공약에서 "경찰에 절도, 폭력,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범죄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 부여를 추진하겠다"고 수사권 독립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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