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재검표 결정' 파문

이번 대선과 관련, 대법원의 재검표 결정이 15일 내려짐에 따라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설연휴를 앞둔 오는 31일 이전까지 전자식이 아닌 수작업으로 재검표가 이뤄지게 되며 그 대상지역은 한나라당 측이 문제점을 제기했던 전국 80곳으로 전체 개표구 244개의 3분의 1이 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영남권 10곳을 비롯 수도권 39, 충청권 19, 호남권 6, 강원권 4, 제주 2곳등이다. 투표지수는 1천만장 정도로 추산된다.

또한 재검표 작업은 관련 개표구를 관할하는 각급 법원에 촉탁, 같은 날짜에 동시에 이뤄지게 되며 소요시간은 6시간 정도이다. 한나라당은 재검표 실시와 관련, "몇몇 지역의 개표구에서 전자개표기가 100표 단위로 분류한 표 묶음에서 다른 후보들의 표가 발견되는 '혼표'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며 지난달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했었다.

물론 재검표결과 대선당시의 개표결과와 같거나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국정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내달 25일 차기대통령 취임식 전에 소송은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때의 전자개표기는 6.13 지방선거 때도 사용됐으며 그 직후 실시된 4건의 선거소송에 따른 재검표에서도 단순 오류만 발견됐을 뿐 당락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당락이 뒤바뀔 가능성은 일단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단순 오류로 밝혀질 경우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미있다'고 판단될 정도의 표차가 날 경우엔 전체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로 확대되는 등 상당한 파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때문인듯 한나라당은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인 반면 민주당은 "대선결과가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정 발목잡기' 혹은 '철없는 짓'이란 식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재검표 실시는 합당한 결과이며 이를 계기로 대선 개표과정에서 드러난 잡음을 말끔히 해소해 달라"며 "전자개표의 신뢰성이 확보돼야 다음 선거에서 시비를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국정공백과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검표가 마무리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 정치권 반응

대법원이 15일 대통령 선거에 사용된 80개 개표구에 대해 재검표 실시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면서도 재검표 결정 자체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재검표 결과에 대해 내심 기대했으나 민주당은 '결과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한나라당을 겨냥해서는 "구태정치를 재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전자개표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한 뒤, "대법원은 이번 재검표 활동을 통해 전자개표기 조작의혹뿐만 아니라 개표현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간의 전산망 등 대선개표 과정에서 드러난 잡음을 해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김영일 사무총장 등 중진급 의원들도 한결같이 재검표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며 "부정선거 시비에 발목잡혀 있는 노무현 정권의 의혹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으나 결과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결과를 기다려 보자"며 일말의 희망을 기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며 "한나라당의 국정 발목잡기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논평은 이어 "대법원의 결정이 있었던 만큼 국정공백과 국정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검표가 마무리돼야 한다"며 신속한 처리에 대해서는 동감했다.

장전형 부대변인도 "자신들이 승리한 6월 지방선거와 8월 재보궐선거 때는 (전자개표에 대해) 희희낙락하던 한나라당이 참으로 염치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민주 舊주류 '개혁' 불만 표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당내 정치개혁 방안활동에 대한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구주류측의 우려와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대표가 "모든 당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객관적 자세를 취해 달라"고 촉구한데 이어 김태랑 최고위원은 "개혁파들이 일방적인 개혁활동은 안된다"며 신주류측을 겨냥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 총선을 이기느냐 지느냐는 정치개혁 활동에 달렸다"며 개혁활동에 공정을 기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 정치개혁은 모든 당원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객관적 자세로 임해야지 어느 개인이나 단체단체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개혁활동을 이용해 일부 집단이 당권획득을 하는데 악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태랑 최고위원은 "현재 개혁이 일부세력에 의해 원칙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개혁방안이 얼마나 많이 바뀌는지 당지도부가 감도 잡지 못할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지난 광주 국민대토론회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볼때는 개혁이 아니라 싸움질하는 모양이었다"며 "국민을 이용한 어느 한쪽의 주장만 나와서는 공당의 개혁으로서의 활동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인적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이미 당선자께서도 전면적인 인적청산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로 다시 지도부에 대한 교체문제가 거론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한 뒤, "현 정치개혁 활동은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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