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매 혐의로 2000년 10월 100여명이 구속.입건된 바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동)에서는 불법이 계속 판쳐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문에 정상적인 유통구조가 왜곡돼 농민들은 농산물을 헐값에 넘기게 되는 한편 도시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이를 사먹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경찰청 강력계는 17일 이 도매시장 ㄷ청과 대표 박모(48)씨 등 법인 대표 2명, 중도매인 33명, 경매사 3명 등 38명과 법인 2개를 입건했다.
이들은 2001년 8월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 240억원 가량의 농산물 위장 경매를 통해 14억4천여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ㄷ청과 대표 박씨 등 2명은 중도매인.경매사 등과 결탁, 무.배추 등 농산물의 전자경매 과정에서 중도매인끼리 예정 경락가가 찍힌 응찰기를 서로 보여줘 시세의 50~90% 수준에 낙찰되도록 한 뒤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중도매인 박모(41)씨 등은 서로간에 응찰기를 보여주거나 예정 경락가를 미리 가르쳐 주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구입해 상장한 농산물이 자신에게 낙찰되도록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ㄷ청과 경매사 이모(30)씨 등은 중도매인들이 서로 결탁해 위장 경매하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매시장 법인, 중도매인, 경매사 등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돼 있는데도 서로 결탁해 불법 거래를 벌여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도매시장에서의 농산물 거래는 생산자-법인-경매-중도매인-소매업자의 유통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중도매인들이 법으로 금지된 법인이사를 겸하면서 유통구조의 왜곡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중도매인이 법을 어기면서 법인 대신 산지에서 직접 농산물을 구입한 뒤 경매사와 결탁, 특정 농산물을 낮은 가격에 되사들인다는 것.
또 중도매인과 산지수집상이 결탁해 농산물의 90% 이상을 계약하고 있는 수급체계, 농산물 수집능력이 부족한 도매법인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구시.농림부 등 기관의 감독체계 및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 해설-2000년 농수산물도매시장 비리 再版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시농수산물도매시장과 관련, 시장내 도매법인 대표와 중도매인, 경매사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건은 대구시의 감시.감독 외면으로 농수산물유통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경찰이 밝힌 관련자들의 혐의는 매일신문이 지난해 5월부터 20여 차례 지적한 중도매인간 결탁.위장경매와 이중거래 등이다. 일부 도매법인이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직접 관련, 중도매인이 담합해 무.배추 등 엽채류의 낙찰가격을 낮게 조정, 납세액과 납부수수료를 줄이는 등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또 전자경매를 하는데도 불구, 중도매인들이 짜고 낙찰가격을 일정으로 끌어내리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결과는 미흡하고, 석연찮은 구석이 없지 않다. 수사과정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한 측이나 문제를 일으킨 쪽을 함께 처벌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얘기가 나돈터라 과연 경찰이 공정하고 엄격한 수사를 했으며, 이에 합당한 결과를 내놨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시장통은 말이 많고, 반드시 사실여부가 규명된다는 사실을 경찰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급기관인 검찰에서 잘잘못을 엄격히 가리겠지만 경찰의 수사결과를 보는 시민들은 씁쓰레한 표정이다. 시민들은 검찰이 시영도매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한 후 공정하게 수사를 펴, 누구나 납득하고 시장의 유통질서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또 대구시는 이번을 계기로 법과 원칙대로 도매시장을 운영, 공공기관의 공신력을 확보하는 한편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 시민들에게 적정가격의 농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자칫 무와 배추 경매를 둘러싸고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엽채류를 상장제외품목으로 해서는 안된다.
자칫하면 기초식품에 대한 가격통제 및 조절기능 상실로 채소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농수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안정'이란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견지해야 한다.
특히 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도매법인에 대한 이중적 행정조치와 중도매인들의 불.탈법 행위에 대한 지도, 단속외면 등으로 특정 도매법인을 두둔하고, 농수산물유통질서 확립을 포기했다는 지적까지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시도 이번을 계기로 도매시장과 관련,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설마 이처럼 많은 수의 시장사람들이 불법행위로 사법처리를 당하는데 관련 공무원 문책을 하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조해녕 대구시장이 최근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도매시장의 질서를 빠른 시일 내에 바로 잡겠다"고 밝힌 만큼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장기간 실종됐던 시장질서를 되찾아야 한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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