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의료원 해외봉사단
흔히 '의술(醫術)'을 '인술(仁術)'이라고 한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의술은 한갓 기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사회 곳곳에서 사랑의 '인술'을 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묵묵히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동산의료원 해외의료선교봉사단도 이들 중 하나다.
봉사단은 지난 1990년부터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네팔 등 해외 빈국(貧國)과 국내 오지 등 의술이 필요한 곳을 다니며 사랑의 '인술'을 펴고 있다.
지난 14일엔 동산의료원에서 네팔의료선교 봉사활동 보고회가 열렸다.
봉사단은 지난달 8일부터 12일간 네팔 카트만두 빈민촌에서 의료선교봉사활동을 벌였다.
동산의료원 교수 10여명과 간호사, 약사 그리고 이·미용, 방역팀까지 봉사단은 총 21명으로 구성했다.
이번 봉사활동에 사용된 비용은 5천여만원. 이중 절반이 넘는 3천여만원을 참가한 단원들이 자비 부담했고 봉사활동 기간도 휴가를 대신해서 얻은 시간이었다.
봉사단은 이번 네팔 의료봉사를 통해 현지 환자 1천370명을 돌봤다.
특히 피부질환자가 많은 현지 특성 때문에 레이저 수술장비로 51명의 환자에 대해 레이저 수술을 하기도 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진료뿐 아니라 이·미용도 인기였다.
'가위'는 봉사단에 동행한 동산의료원 외래서비스팀 류경자(40·여)씨가 잡았다.
혼자서 하루종일 쉴새없이 가위를 놀린 탓에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네팔인 166명의 머리가 최신 헤어스타일로 바뀌었다.
류씨는 "머리를 깎으려 수십명씩 몰려들어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쉴틈도 없이 바빴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며 "봉사활동을 위해 미용사 자격증을 따놓았는데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며 이런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네팔 의료봉사를 다녀온 단원들은 한결같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나라의 50년대로 거슬러 올라 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동빨래터에 둘러앉은 여인들의 모습, 자치기, 구슬치기, 제기차기 등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옛날 모습과 흡사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더라고.
하지만 두서너평 되는 빈민촌의 집 바로 옆으로 흐르는 하수, 간신히 지지해 놓은 양철지붕과 그 아래 눅눅하게 습기 찬 바닥, 차가운 바닥에 거적 하나 깔고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볼때 가슴이 아파 눈시울을 적셨다고 했다.
의료장비 관리 및 방역업무를 담당했던 정근표(50·의공학과)씨는 "현지 유류 사정이 좋지 못해 며칠이 지나서야 방역활동을 펼 수 있었다"며 "좁은 방안에서 돼지와 닭 등 가축을 키우는 모습이 방안 가득메운 연막보다 더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고 전했다.
봉사단은 지난해 3월 카트만두에 특수 클리닉을 개설했다.
소규모지만 의사, 보건요원, 약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 체계를 갖췄다.
네팔에서 유일한 CO2 레이저와 자외선 기기 등 최신 의료장비도 마련했다.
봉사단은 해마다 이곳을 중심으로 의료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현지에 진료소를 만든 이유는 피부 및 안과질환자가 유난히 많은데도 가난 탓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천300m의 고지대여서 태양광선이 강하고 건조해 피부·안과질환자가 많다는 것. 또 물에 석회 성분이 많아 치과질환을 앓는 환자도 많다고 했다.
앞으로 안과, 치과 진료도 계획하고 있다.
봉사단은 지난 95년 이래 카자흐스탄에서도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내과, 산부인과, 치과 등 질환을 진료하는 병원도 만들었다.
오는 5월엔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의료 봉사 활동은 해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농어촌 오지와 수해지역 등 인술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지난해 3월 경남 진주시 농촌 마을 홀로사는 노인 등 120여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선 범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장애인, 홀로사는 노인 등 50여명을 진료했고, 지난 7월엔 경남 합천군 봉산면 주민 222명의 건강을 돌봤다.
지난 8월엔 수해를 입은 경남 함안군 법수면 일대 피해 주민 100여명을 진료했고, 9월엔 태풍 루사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경북 김천시 대덕면 추량마을을 찾아 200여명을 긴급 진료하기도 했다.
정신과 교수인 정철호(50) 의료선교봉사단 진료부장은 "봉사단의 특징 중 하나는 양질의 진료를 위해 전공의가 아닌 교수진으로 진료팀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네팔, 카자흐스탄 등지의 기존 진료소가 정착돼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자립시키고 중국, 베트남, 북한 등 가난한 나라로 대상을 확대해, 병원 설립과 의료선교봉사활동을 꾸준히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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