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웜홀, 타임머신(짐 알칼릴리 지음/사이언스 북스 펴냄)
100미터를 정확히 10초에 완주하는 달리기 선수가 있다고 가정하다.
매우 정확한 스톱워치를 손목에 차고 달린다면 그의 시계는 9.999999999999995초를 가리킬 것이다.
1000조분의 5초 차이다.
빛의 속도에 더욱 가깝게 움직일수록 시간은 점점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시계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간은 완전히 정지된다.
타임머신의 이론적 근거다.
타임머신을 만들었다고 또 한번 가정하자. 영화 '터미네이터'의 시간여행의 역설은 어떻게 설명할까. 미래의 존 코너가 과거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살해한다고 설정하자. 사라가 살해되면 존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까? 만약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의 어머니를 죽였단 말인가?
인간은 시간과 공간이란 박스 속에 살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뉴턴을 거쳐, 아인슈타인,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그 박스는 수많은 가설과 의문, 미스터리를 남기고 있다.
'블랙홀, 웜홀, 타임머신'은 한 바그다드 출신 물리학자의 우주와 시간, 시간여행에 대한 상대성 이론 입문서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 고국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 물리학자가 된 인물이다.
사실 블랙홀이나 웜홀의 경우는 많은 물리학자들의 관심 주제지만, 그것을 소재로 한 타임 머신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물리학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히려 영화나 소설 등 허구의 창작자들이 더 매력을 느끼고 연구에 몰두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과학적 허구에 의거한 시간여행에만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이론 물리학자인 지은이는 과학적 사실과 허구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시간여행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한다.
"독자의 IQ를 테스트하는 듯한 전문용어를 최대한 배제한다"는 서문의 공언대로 전문용어, 개념, 수식, 그래프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책을 통틀어 등장하는 방정식이라곤 아인슈타인의 E=mc2뿐이다.
'시간변경선에 걸린 배는 오늘과 어제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면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한가?' 이런 유아적 발상에서 시작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 이론을 펼쳐낸다.
'우주는 얼마나 큰가?'라는 물음에도 "일단 '매우 크다'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시작한다.
'터미네이터', '콘택트' 같은 SF영화와 소설의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론의 깊이와 폭은 상당히 넓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에서 출발해 양자 역학으로 대변되는 현대 물리학, 천문학, 우주론까지 아우른다.
'열역학 2법칙'을 통해 시간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웜홀을 이용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등 시간과 공간, 시간여행 등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해답을 대중적 눈높이로 소개하고 있다.
후기 형식으로 쓴 10장 과학의 매력에서 지은이는 "이런 책을 쓴다고 하자 동료들이 통속적인 인기에 영합한다며 조소와 경멸 어린 시선을 보냈다"고 실토하고 "더 없는 '과학적 흥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쓸 수밖에 없었다"고 적고 있다.
과학적 이해를 떠나, 우리 세계의 색다른 '현학적 흥분'을 던져주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372쪽 신국판. 값 1만2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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