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땀.눈물 그리고 우승 되돌아본 21년-(22)선수들의 스트레스

프로야구 선수들이 스타로 성장할 경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심하다.

1군의 주전급 스타선수들과 1.5군 선수들, 2군 선수들은 저마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 보통이다.

스타들은 거기에 걸맞은 성적을 유지하려 하나 슬럼프가 이어질 때, 슬럼프가 장기화돼 주전에서 밀려나기조차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기 출전이 불규칙한 1.5군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끼며 2군 선수들은 바늘구멍같은 출전기회를 얻기 위해 몸부림친다.

지난해 시즌 최고의 자유계약선수(FA) 대우를 받으며 친정에 복귀한 양준혁은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다.

10년 연속 3할의 대기록에 도전하는 것은커녕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정규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들어 빈타에 허덕이다 6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날려 한동안 지속되던 마음 고생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삼성의 2군 선수들은 어떤가. 다른 어느 팀보다 대우도 좋고 운동하는 여건도 좋은 팀에 있지만 기라성같은 멤버들이 진치고 있다 보니 1군 올라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로 인해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활약할 수도 있었을 선수들이 유망주 꼬리만 달고 다니다 옷을 벗은 사례도 적지 않다.

83년 입단한 홍승규는 타격감각, 기동력, 수비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췄지만 '타격 천재' 장효조의 그늘에 가렸다.

천재 소리를 듣는 장효조에 버금가는 기량을 갖췄으나 기대를 모은 만큼 활약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평균 이상의 좋은 기량을 펼쳤다.

그가 만약 다른 팀에서 뛰었더라면 더 화려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업을 하며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홍승규씨는 "일반인들에게 노출된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그만큼 심했다"며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이 밤새워 숙소에서 배트를 휘두르다 아침 해를 맞는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 선수들 중 부산에서 경기를 한 후 광안리에서 밤새워 술을 마시다 초여름의 바닷물에 뛰어드는 선수도 있었다.

초여름 아침의 바닷물은 상당히 차가웠지만 스트레스가 심하다보니 그같은 돌출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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