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인생을 표현한다면 인간은 적색으로 와서 갈색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겠다.
모체(母體)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 처음 경험하는 색은 온 몸에 머금은 붉은색이다.
그러다 세상을 떠날 때는 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갈색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색에는 우리 인생의 모습이 스며있기도 하다.
인생의 단락을 색으로 표현해 본다.
제일 처음 맞이하는 영·유아기는 베이비 핑크로 표현된다.
흔히 산호색이라 부르는 이 색에는 갓 태어난 아기의 순수함과 보드라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아장아장 걸으며 맑게 웃는 아기의 웃음은 이 색채의 느낌 그대로이다.
유아기를 지나 아동기로 접어들 때, 특유이 통통거림과 역동성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삶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그저 즐겁기만 한 이 시절은 해맑은 레몬 옐로로 표현된다.
청소년기는 육체와 정신이 모두 변화하며 감성이 풍부해지는 만큼 고뇌 또한 커져만 가는 성장의 홍역시대를 맞이한다.
사춘기라 부르는 이 시절은 어두운 회색(dark gray)이다.
다양한 색채로 표현될 수 있는 열정의 내면을 차분하게 중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 시절에 유난히 밝고 선명한 색을 촌스럽다고 치부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심리상태의 반영이기도 하다.
20대의 삶에 있어서도 추구하는 바에 대한 현실과의 괴리가 여전히 고뇌로 자리하면서 서서히 인생의 목표를 의식하게 되는 이 시절은 밝은 회색(light gray)이다.
오렌지색으로 표현되는 30대는 책임과 의무의 시절이다.
가정을 이루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며 또한 인생이 무엇인가라는 화두 앞에서 앞을 향해 쉼없이 에너지를 소모해야하는 노동의 시간이다.
신성한 노동의 끝에 만나는 40대는 자신의 이름을 찾는 시기이다.
쉼없이 달린 인생에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으며 여유를 생각하고 무르익은 자신을 느끼면서 정열을 포옹하고 삶을 누리는 이 시절을 빨강으로 표현한다.
정열의 40대를 보내고 삶의 황혼에 이르면서 인생에 대해 담담해진다.
50대 이후를 대신하는 색은 보라이다.
이 시절에는 신체적으로도 성호르몬의 감퇴에 따른 중화현상이 생기면서 남성과 여성의 각 특성이 희석되는 양상을 보인다.
보라가 여성의 상징색인 빨강과 남성의 상징색인 파랑이 섞여서 탄생된 색이라는 점은 이 시절의 모습을 잘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보라를 지나고 점점 퇴색되면서 결국은 갈색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생각하며 삶이란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새삼스러움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경 트랜드컴퍼니 대표 artlee399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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