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소방헬기 추락-기체 결함·조종 실수 아닌 듯

대구시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 추락 원인에 대한 관계기관의 조사는 일단 사고 당일 처음으로 사고헬기에 장착, 조종에 이용된 '자동(비행)조종장치(AFCS)'의 오류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헬기의 경우, 지난 2001년 말 대구시가 구입한 후 별다른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새헬기인 데다 개발·시판된지는 수십년이 경과한 기종이어서 기체결함이 발견됐다 하더라도 오랜 세월동안 제작과정에 반영돼 갑작스런 기계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고 당일 조종을 맡았던 한국인 조종사와 폴란드인 조종사 모두 '베테랑'으로 불릴만큼 조종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어서 조종사의 실수가 사고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이날 사고헬기 탑승자들이 '시험'에 나선 자동비행장치가 사고원인 규명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자동비행장치'가 조종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수동조정을 자동조정으로 대체하는 조종편의장치이기도 하지만 일단 헬기에 장착하면 주요장치와 연결되는 핵심시스템이 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흔들리면 다른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비행조종장치는 사람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행자세를 제어하고 지리정보시스템과 연동해 자동비행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장치는 또 △비행 전 입력된 항로를 활용한 자동비행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기능 △자동복귀기능 △항로변경 및 자기진단기능 등을 내장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항공조사단 관계자는 "헬기의 안정성과 관계된 장비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얼마일지는 상당기간 시험비행이 필요하다"며 "헬기가 폴란드 제품이면 폴란드산 헬기에 맞는 자동비행장치가 장착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고 헬기에 장착된 '자동비행장치'가 당초 계획이 뒤틀리면서 늑장 설치됐다는 점도 '자동비행장치'에 쏠린 '혐의'를 키우고 있다.

사고 헬기인 폴란드제 PZA W/3A(SOKOL) 헬기는 당초 자동비행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채 납품됐다가 지난달에야 장착됐다.

이마저 당초 장비 제조사로 예정돼 있던 프랑스 회사가 제품납품을 포기하는 바람에 납품 회사가 영국회사로 중도에 바뀌었다.

영국회사 제품은 최근 개발된 것으로서 헬기에 설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조사단은 사고헬기가 인양돼 비행기록장치(FDR)가 나오면 어떤 오류가 사고로 이어졌는지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비행장치'외의 다른 원인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합천호 현장 조사를 벌이는 한편 대구시소방본부 및 생존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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