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맹점(盲點) 중의 하나가 분배 문제다.
가령 우리 이웃에 불쌍한 거지가 있다고 치자. 이를 어떻게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인가에 대한 논의는 그야말로 접점없는 평행선이다.
정답이 없다.
사뭇 철학적이다.
먼저 보수주의자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거지"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따라서 거지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보주의자의 생각은 딴판이다.
사람은 날 때부터 거지로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부유해지기를 희망하는데 사회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기득권층이 권력과 부를 휘두르면서 이들에게 자유 경쟁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주의자들은 거지에게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한다.
거지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인디언·흑인·동양인·장애인은 물론 심지어 백인 여성까지도 백인 남성에 비해 사회적 적응력이 취약하다고 보고 가산점을 준다.
▲바로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국의 '용광로' 사회(melting pot)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책 덕분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소수계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런 우대 정책은 '위헌'이다, 또는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수십년째 제기되고 있다.
독신녀이자 흑인계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묘하게도 소수계 우대정책 논쟁인 '미시간대 문제'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시간대 법대 대학원과 문리대 입학을 거부당한 2명의 백인 학생이 이 대학의 소수민족 우대 입학제도에 대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시한 사건이다.
그런데 연방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16일 부시 대통령은 소수계 우대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주의 부시로서는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나 곧바로 흑인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자연히 흑인인 라이스 보좌관의 입장 표명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결국 그녀는 17일 "다양한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여러 요인들 중에서 인종을 하나의 요인으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다"는 완곡어법으로 부시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백악관'과 '흑인'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그녀가 애처롭기까지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밝힌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미국은 이렇게 보수와 진보가 혼재하면서 형평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집권 정당의 성격에 따라 복지정책은 완전히 달라진다.
해묵은 논쟁인 소수계 우대정책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궁금하다.
그것이 바로 부시 정권하 미국 복지정책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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