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南北 대화의 두 가지 기본입장

북한 핵 사태의 와중에서 이번 주 남북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20일 적십자실무접촉을 시작으로 21일 장관급회담, 22일 경의선·동해선 연결 실무협의회가 열린다.

외형상 화해무드가 절정에 이른 듯 보이지만 북한의 핵 개발이 이 모든 대화의 장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남북대화에 즈음하여 정부는 충분히 입장을 정리해 놓은 것으로 믿고 싶다.

핵 위기 속에서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의 기본입장이 지켜지도록 당부하고 싶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핵 문제의 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안보 관련 문제는 미국과 대화한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 핵의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용납한다는 것은 국민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산상봉도, 남북교류도 의미가 없다는 각오로 논의가 본격화되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핵 문제의 논의를 미·북 현안이 아닌 국제현안의 시각으로 접근해주었으면 한다.

북한은 핵 사태를 국제 다자(多者) 문제로 부각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대응, 북·미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협상에 중국과 러시아가 끼어 들면 담보력이 높아져 북한의 입지가 그만큼 제약된다.

또 국제사회에 핵 사태의 파장이 커질수록 외부지원이나 경제협력 전략상 불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기대와 달리 핵 문제는 이미 지구촌의 이슈가 돼버렸다.

우리 정부도 이런 국제적 반핵(反核)기류의 틀 안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민족공조'로 응수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세계는 너무나 빨리 변해 북한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좁아져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앞뒤 안 맞는 공조 주장에 현혹된다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지구촌의 공간구도가 북한에게 명분 없는 피난처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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