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영안실. 소방구급차 한 대가 조용히 멈춰섰다.
내린 '손님'은 지난 18일 대구 소방헬기 추락 사고 때 실종됐다가 20일 오후 주검으로 발견된 폴란드인 헬기 기장 크쉬슈토프 루친스키(49)씨.
기다릴 친구나 통곡해 줄 가족이 있을 리 없었다.
이국 땅 쓸쓸한 죽음. 몇몇 병원·소방본부 관계자들만이 고인을 맞았다.
다 해야 10여명. 의사들과 소방본부 관계자 입회 아래 검안이 이뤄진 뒤 사체는 오후 4시쯤 냉동돼 안치됐다.
30분쯤 지나자 같은 헬기에 탔다가 사고 후 구조됐던 스와보미르 그와스(29) 조종 강사가 찾아 왔다.
경북대병원에서 퇴원하는 길. 폴란드의 같은 회사에 소속돼 일하던 동료였지만 그의 조문도 길 수는 없었다.
고인에게 작별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의 참담함.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달부터 자주 만나왔던 인연 때문인 듯했다.
대구의료원 김종말 관리부장도 "루친스키 기장의 복장이 비행 출발 때 그대로여서 조종사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장례식장 직원 금병국씨는 "외국인이 우리 땅에 와 유명을 달리해 마음이 또 다르다"고 했다.
분향소는 21일 오전 차려졌다.
그러나 장례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가족들이 고국서 달려 올 예정이고, 그때 가야 어떤 모습으로 고국으로 돌아갈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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