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소방본부 등 현장지휘본부는 대구 소방헬기가 추락한 합천호 사고현장에서 21일 오전 8시30분부터 119중앙구조대와 해군해난구조대(SSU)의 협조를 얻어 150여명의 특수요원을 교대로 투입, 4일째 실종된 유병욱 조종사(39.소방위.대구소방항공대)를 찾고 있다.
이에앞서 현장지휘본부는 사고후 사흘째 수색작업을 벌이던 20일 오전 10시 헬기 동체를 발견한 데 이어 오후 1시54분경 추락한 헬기 동체가 발견된 합천호 남쪽 30m 지점에서 폴란드 조종사 크쉬슈토프 루친스키(49)씨의 사체를 발견해 대구의료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발견된 헬기 동체는 확인지점 수면에 부표를 설치하고 동체인양 준비작업을 완료한 가운데, 수압에 의한 사체 유실을 우려해 인양작업은 실종된 유 조종사를 찾은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구조대는 이날 수중음파탐지기(사이트 스캔 소냐)로 추락헬기의 위치를 추정, 수중영상탐지기(ROV)로 최종 위치를 확인한 후 오전 9시30분쯤 위치표시 부표를 띄웠다. 추락 예상 지점이였던 봉산면 고삼리 야산 앞 200여m 지점 합천호였다. 이어서 해난특수구조대(SSU) 20여명을 투입, 종일토록 동체 결속작업을 벌였다.
또 오후 1시50분쯤 자원봉사자 남영준(43)씨에의해 동체에서 20여m 떨어진 지점에서 폴란드인 조종사 루진스키씨의 사체를 발견, 인양한 후 대구의료원으로 옮겨 안치했다. 남씨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수중 27m 지점 바닥에 사체가 뒤집혀 있었다"며 "주변에 소화기와 프로펠러 조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추락시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헬기 내부에는 실종된 조종사 유병욱(39)씨가 없는 것을 확인, "기체를 탈출해 헤엄치는 것을 봤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주변 일대를 샅샅히 수색했다. 그러나 진전을 보지 못한채 오후 5시쯤 추위와 어둠으로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구조대장 최철영(중앙 119구조대장)씨는 "사고지형이 수중 속 산악이라 바닥이 협곡처럼 형성돼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며 "1회 잠수에 5분을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휘본부는 "헬기 동체가 뻘 바닥 계곡에 뒤집혀 있는 만큼, 동체 밑에 에어백을 넣어 공기를 주입해 들어올리는 '공기부양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지휘본부가 위치한 봉산면 계산리에는 실종된 유병욱 조종사의 모친 권명자(64)씨가 서대구중앙교회 신도들과 함께 오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편 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생존자 5명 중 폴란드인 스와보미르 그와스 등 3명은 20일 오후 1시18분 퇴원을 했다.
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대구 소방헬기 추락 원인과 관련해 건교부 조사단에 이어 학계 및 항공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AFCS(자동비행조종장치) 오작동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을 지낸 영남대 송동주 교수(항공우주공학)는 "AFCS는 자동조종 과정에서 기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해 기체가 갑작기 기울면서 추락한 이번 사고는 AFCS의 오작동으로 유발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AFCS는 장거리 비행하는 여객기나 대형 항공기에 주로 쓰이는 장비"라며 "사고 기종의 헬기에 장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을 암시하는 사고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홍성경 교수도 "헬기가 하버링 상태에서 갑자기 기울어진 것은 AFCS 결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AFCS 결함의 유형으로 △중앙제어장치(CPU) 정지 △조종명령신호 이상으로 인한 모터 오작동 △배선연결 오류 등 3가지 가능성을 주목했다.
25년간 헬기를 조종해 온 경북경찰청 배영창 공보담당관은 "하버링 상태에서 기체가 기울었다면 AFCS에 결함이 있거나 기체와 AFCS 사이에 부적응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하버링 상태가 3~5분간 지속됐는데도 딴 문제가 없었다면 바람 등 기상 영향이나 조종사 실수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것.
경북대 기계공학과 김철 교수(항공구조 전공)는 "AFCS가 장착되면 이 장치가 몸체 날개(블레이드)를 직접 통제하게 돼 AFCS가 오작동할 경우 블레이드가 바로 멈추는 사고로 연결돼 추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헬기와 AFCS가 서로 맞지 않아 오작동돼 사고로 연결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AFCS는 2축(전후.좌우 흔들림 방지 기능), 3축(수평.상승.강하 기능 추가), 4축(하버링 기능 추가) 등 여러 형태가 있으며 사고 헬기는 4축 장치를 탑재한 뒤 시험 비행하던 중이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 루친스키기장 대구의료원 안치
20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영안실. 소방구급차 한 대가 조용히 멈춰섰다. 내린 '손님'은 지난 18일 대구 소방헬기 추락 사고 때 실종됐다가 20일 오후 주검으로 발견된 폴란드인 헬기 기장 크쉬슈토프 루친스키(49)씨.
기다릴 친구나 통곡해 줄 가족이 있을 리 없었다. 이국 땅 쓸쓸한 죽음. 몇몇 병원.소방본부 관계자들만이 고인을 맞았다. 다해야 10여명. 의사들과 소방본부 관계자 입회 아래 검안이 이뤄진 뒤 사체는 오후 4시쯤 냉동돼 안치됐다.
30분쯤 지나자 같은 헬기에 탔다가 사고 후 구조됐던 스와보미르 그와스(29) 조종 강사가 찾아 왔다. 경북대병원에서 퇴원하는 길. 폴란드의 같은 회사에 소속돼 일하던 동료였지만 그의 조문도 길 수는 없었다. 고인에게 작별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의 참담함.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달부터 자주 만나왔던 인연 때문인듯 했다. 대구의료원 김종말 관리부장도 "루친스키 기장의 복장이 비행 출발 때 그대로여서 조종사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장례식장 직원 금병국씨는 "외국인이 우리 땅에 와 유명을 달리해 마음이 또다르다"고 했다.
분향소는 21일 오전 차려졌다. 그러나 장례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가족들이 고국서 달려 올 예정이고, 그때 가야 어떤 모습으로 고국으로 돌아갈 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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