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풍당당'

여성들이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그 돌풍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성 지도자들이 속출하는 등 '우먼 파워'가 점차 두드러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더 급격한 감마저 없지 않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이 약진하는 모습과 남성 앞지르기 현상을 보면 우리의 전통적인 관념으로는 '격세지감'을 넘어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어떤 학자가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하고 야망도 높으며 자기 주장도 강하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도 '여성 시대'가 활짝 열리는 느낌이다.

▲요즘 우리 문화의 특징 가운데 '파괴 신드롬'을 빼놓을 수 없다.

'느림의 미학'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의 경우, 자고 나면 그런 '충격'과 마주치는 게 다반사일 정도다.

그 중에서도 남성 또는 여성의 고유 업무나 직종으로 여겨지던 분야의 '성(性) 파괴' 바람과 그 속도는 놀랄만한 수준이다.

급기야 '약남강여(弱男强女)의 심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각종 시험은 여성 판이다.

대학 입시에선 물론 공무원 시험에서도 여성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수석의 자리도 거의 여성들 차지다.

내년부터 평등인사제도를 도입, 교장.교감도 20% 이상을 여성으로 임용한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미 초등 교사는 75% 가까이 여성이며, 그 현상은 중학교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서울대 의대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여학생이었다는 사실과 높아지는 사관생도의 여성 비율도 그 예에 지나지 않는다.

▲법조계도 여성 파워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을 수료, 법조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32기는 798명 중 151명(지난해 119명)이 여성으로 전체의 18.9%라는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합격과 수료 수석을 모두 여성이 차지했고, 판.검사 임용의 여성 비율도 50%(판사 54명, 검사 21명)로 남성의 20%대에 비해 두 배 이상이나 된다.

뿐 아니라 2월의 대법관 인사에 여성 3명이 물망에 올라 '파격 등장' 가능성도 없지 않다.

▲21세기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중시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감성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여성의 탁월한 감각이 빛을 볼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처럼 혼탁한 시대에 모성(母性)의 본질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들의 약진에 기대되는 바도 적지 않다.

'남녀 평등'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번 사법연수원생 가운데 4명 중 1명이 수료식과 함께 바로 '백수' 신세가 되고, 그 중 '밀려난' 남성들이 많다는 점은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남성이 되레 측은해 보이는 시대가 된 것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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