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전통사회 침실.식당.거실 현대엔 사생활 위한 장소

한국 주택에서 방만큼 역할이 다양하고 변화가 심했던 공간도 드물다.

보통 방이라고 하면 침실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적 의미의 방은 서양주택의 식당.거실 기능의 일부를 포함한다.

앉아서 생활하는 때가 많은데다 요즘처럼 공간의 기능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주택에서 방은 취침과 개인적인 일이나 사고.휴식을 위한 장소이다.

그래서 방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요한 물리적 공간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 형이나 언니가 어서 빨리 결혼해 방을 비워주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29년 '자기만의 방'을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은 자기만의 방을 가질 때 비로소 경제적 사회적인 면에서 남성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대부 저택에는 할머니나 시집갈 나이가 된 딸의 거처로 내별당이 있었다.

남성들에게는 외별당이 있어 휴식 및 사교의 장으로 쓰였다.

또 대문 양쪽 혹은 문간에 행랑채를 길게 짓고 방을 여러 개 만들어 노비 등이 거주하게 했다.

이런 이유로 행랑어멈과 행랑아범이란 신분적 용어가 생겨났다.

또 내별당 외별당의 구분은 남성과 여성간의 엄격한 차별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자기만의 방'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주택에서 적정한 방의 크기는 개인의 생활방식, 가구의 종류 및 배치, 활동여유공간, 사용자의 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호흡으로 발생하는 탄산가스의 환기를 고려할 경우에는 방의 최저소요 기적(氣積)은 1인당 2.5㎡라고 건축가들은 말한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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