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오는 4월1일로 창립 35주년을 맞는다.
쇳물 생산 경력으로는 오는 7월3일이 만 30년 되는 날이다.
포항제철소 용광로가 처음 쇳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던 그 해(73년) 포스코의 매출액은 416억원이었다.
작년 매출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7천300억원, 30년만에 무려 280배가 늘었다.
이같은 포스코의 수직 성장은 한국 산업화를 근대화→현대화→디지털화로 변모시키는 토대가 됐다.
그 사이 포항도 많이 변했다.
실적이 워낙 미미해 통계수치에도 잘 잡히지 않았던 포항의 지난 70년 지역총생산은 2002년 공단지역만 해도 13조원대(포스코 6조2천500억원, 연관단지 6조5천억원)로 늘었고, 인구는 7만7천명에서 51만5천명으로 불었다.
한반도에서도 가장 외진 동쪽 구석에 있던 자그마한 어촌이 세계를 대표하는 철강도시로 성장했다.
김석향 포항상의 총괄실장은 "경제분야만 따진다면 포스코는 포항의 심장이고 포항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재호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이사는 "포스코가 포항에 입지하면서 지역경제 발전 속도가 눈부실 정도였다는 점에서 포항은 상당한 행운을 누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포스코의 실제 지역경제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작년 포스코의 총매출액은 11조7천300억원. 이중 포항제철소의 실적은 6조2천500억원. 20일 현재 임직원 총수는 1만9천164명이고 포항근무자는 1만375명이다.
또 포스코건설과 포스콘, 포철산기, 포스렉 등 계열사와 협력사 인원(포항근무자 한정)은 8천800명이나 된다.
따라서 포항에 근무하는 기본적인 인원(일용직 제외)만 따져도 2만명에 달하고 연간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성 경비(지불성 인건비) 총액은 7천억원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작년 기준으로 포스코는 어림잡아 포항에서 6조원 이상을 벌어 하청인력비와 지역협력성 자금지출분 등을 포함해 모두 1조원 가량을 썼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작년 한해 동안 일선 금융점포를 통해 포항지역에 공급한 돈(화폐발행액)은 5천420억원 가량이었고, 예금 등의 형태로 환수된 돈은 4천480억원이었다.
이런 공식적인 화폐수급 동향(물론 바닥에 깔려 있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고 그 추정치는 산출도 불가능하다)을 놓고 보면 포스코의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오진석 과장은 "특정 기업의 지역경제 기여도를 측정할 구체적 수치는 없다"면서도 "포항.경주 등 경북 동해한 5개 시군지역 전체 제조업 생산 (2001년 기준 18조원) 대비 포항제철소 매출 점유비 등을 따져보면 제조업 분야에서만 최소 30% 이상의 기여도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직접 소비시장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
실제로 시내 식당과 술집, 유통업계에서 발휘되는 철강맨들의 파워는 대단하다.
포스코 임직원 전용격인 할인매장이 직원 주택단지 안에 들어서고, 포항제철소 입구에 전국 최대 규모급인 할인매장이 문을 연 것만 봐도 포스코의 구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포항지점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따지기보다는 생산과 지출, 소비 및 재수신 등 화폐의 융통과 순환,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 분석하면 포스코그룹이 포항에서 차지하는 경제비중은 최소 60% 가량으로 추정하면 얼추 맞을 것"이라고 했다.
IMF사태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 98년초 한 유명 가전업체 CEO가 야음을 틈타 포항을 다녀갔다.
온 국민이 지출을 줄이는 데도 포스코 주택단지에는 대당 100만원이 넘는 가스오븐 렌지가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어떤 동네이길래 이런 현상이 벌어지느냐'며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얘기는 거짓말처럼 남아 있다.
또 시내 대형 식당 주인은 "지난 97.98년 포스코가 경제위기 극복운동 동참 차원에서 간부들의 법인 신용카드 사용한도를 일부 제한하자 시내 식당과 술집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우리 입장에서 포스코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가 잘 나타난 곳이 포항 이동지구다.
재작년부터 포스코 주택단지를 바로 등지고 조성된 이동지구 신도시는 전체의 70% 가량이 상가이고 이는 대부분 지곡동 포스코 주택단지를 믿고 들어섰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택단지 만큼이나 큰 동네가 주택단지 구매력을 믿고 거대한 상가지역으로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죽도시장 등 재래시장이나 영세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신용카드와 택배, 예약, 주차공간 확보 등 선진 상거래 기법 터득 정도나 속도가 늦어지면서 반사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은 자기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포스코의 포항시 재정기여도도 높다.
작년 포스코는 포항시에 종토세, 재산세, 취득세, 주민세 등 지방세만 300억원(전체 세수의 12%) 가량을 냈다.
또 매출액 규모로 지역내 3위권인 포스코건설과 다른 계열사 및 직접 연관 업체들이 내는 것까지 합치면 전체 세수의 20% 이상이 포스코나 그 그늘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포항시 한 고위 공무원은 "예전보다 많이 줄기는 했지만 포스코 없는 포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기여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시의원도 "포스코가 일부 임직원들의 근거없는 우월의식이나 일방통행식 돌출언행 등만 아니면 시민들로부터 비난받을 일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객관적인 기여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년 하반기 유상부 포스코 회장은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20조원 가량인 회사의 기업가치를 오는 2007년에는 36조원으로, 2조원대인 계열사 가치는 3조원대로 각각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포항 전체의 경제규모도 늘어나고 포스코의 지역경제 기여도 또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스코의 덩치가 커지는 만큼 지역내 역할도 커져야 할 것"이라는 한 전직 임원의 말처럼, 포스코의 역량증대에 따른 일반 시민들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측도 그룹사를 통해 일반에 뿌려지는 열매를 적정배분하는 묘안도 짜 볼 때라는 지적도 많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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