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은 그들 말대로 전쟁중이다.
'변화'라는 두려운 상대를 코 앞에 두고 허공에 무수한 칼부림을 해보지만 도무지 요령부득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변화라는 적은 그들의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변화로 인해 대학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대학의 고민을 대변해준다.
이런 고민은 위기의식으로까지 상승되고 있다.
변화의 신호탄은 학생 수의 감소다.
고교 졸업생들의 전문대 이상 진학률이 80%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4년제, 전문대 할 것 없이 학생자원 고갈에 목이 타고 있다.
4년제 대학에 실업계 학생마저 빼앗기고 있는 전문대학들은 더욱 심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수시니 정시, 추가모집이니 이름을 달리하지만 이 모두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대학의 고육책일 뿐이다.
낮은 출생률에 따른 학생수의 감소는 이제 대학의 목줄을 죄고 있다.
수능시험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2월말까지 마치 게릴라전처럼 이어지는 입시전선에서 대학은 지쳐가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학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학생들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언제 대열을 이탈할지 전전긍긍이다.
갖가지 홍보전략에다 타 대학과 차별화하려는 각 대학들의 노력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가고 예리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힘이 더 드는 게 바로 대학의 현주소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며 피곤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신입생들의 대학 선택기준이 온통 취업률에 쏠리고 있다.
학문연구니 상아탑이니 하는 고상한 단어는 이제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고학력 U턴현상까지 두드러지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을 당혹케하는 또 다른 변화는 온라인의 전면적 부상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대학가의 풍속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마감날 크게 붐비던 원서접수 창구의 풍경은 이제 옛 말이다.
인터넷 접수가 보편화되면서 접수창구는 이제 한산하다.
이 때문에 교수들과 입시관계자들은 왠지 모를 허전함에 시달린다.
어느 대학 입시처장은 "미어터져도 좋으니 원서 든 학생들 구경 좀 했으면 좋겠다"고 독백처럼 말하기도 했다.
올해 한 전문대의 경우 인터넷 원서접수 비율이 전체의 60%선까지 상승, 내년에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맞게 될 교육환경의 변화도 대학의 입장에선 기대반 우려반이다.
오늘 교육부가 '사립대학 재정지원 개선안'을 잠정 발표했다.
보다 엄밀해지는 대학평가와 차등지원이 골자다.
전국 대학 수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은 보다 많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학을 특성화해나가야 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기에 각 대학들은 걱정이 한보따리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인들은 교육개혁이 향후 각 대학의 운명을 좌우할 시금석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대학을 힘들게 하는 상대가 아무리 강하고 버겁다해도 변화라는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변화를 수용하고 화친(和親)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야 대학이 제대로 설 수 있고, 고등교육이 제 길을 잡아나갈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대학이 명심해야 할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명확한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 뿐이라는 사실이다.
서종철(사회2부 차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