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 등산로 시멘트 포장 시비를 해소할 방법은 과연 없는가?
이미 적잖은 등산로가 포장돼 있는 상황에서 달비골 원기사 진입로 포장을 놓고 다시 찬반 시비가 일자 양측 요구를 다 수용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앞산 진입로 중에는 이미 케이블카 승강장까지의 큰골 도로가 포장됐고, 고산골도 상당 길이가 포장됐다.
1992년엔 안일사까지의 안지랑골 등산로에 시멘트가 깔렸으며, 1996년엔 산성산 항공무선표지소가 건설되면서 대덕아파트 서쪽에서 시작되는 4.1km의 길에 시멘트가 입혀졌다.
등산로의 시멘트 포장은 대부분 등산객들이 싫어하는 것. 안일사 등산로가 포장되자 그 직후부터 등산객들이 다른 등산로를 개척, 지금은 포장도로에서 시내쪽으로 넓은 길을 새로 만들었을 정도. 정상 부근을 거쳐 산성산.청룡산 쪽으로 가는 등산객들 중에도 무선표지소 시멘트 도로를 욕하는 경우가 적잖다.
"아스팔트 피해 산으로 왔더니 여기도 시멘트네!" 하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 관절에도 무리가 많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 통행은 등산객들이 더 싫어한다.
안지랑골 경우 계곡 서쪽 보문사쪽으로 또하나 만들어진 포장도로에 금지됐던 자동차 통행이 언젠가부터 허용되자 욕설까지 해대는 등산객도 적잖다.
한적한 등산 기대가 깨졌다는 것. 이런 문제때문에 대덕아파트 앞 고산골 진입로는 허용하던 자동차 통행을 근래에 봉쇄하기도 했다.
안지랑골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경우인 셈.
최근의 논란 재발은 달비골 진입로 포장을 둘러싸고 이뤄졌다.
능선까지의 등산로 중간에 있는 원기사 측이 "자동차가 제대로 다닐 수 없는데다 평일 800여명, 휴일 2천여명에 이르는 등산객들이 버리는 온갖 쓰레기 처리가 힘드니 400여m의 등산로를 조속히 포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사찰측은 앞산의 다른 사찰 진입로는 포장돼 있는데도 유독 원기사 입구만 진흙길로 놔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원기사 광원 스님은 "지난해 1천여명으로부터 등산로 포장 요구 서명을 받아 대구시에 냈다"고 했다.
그러나 등산객들은 등산로에 시멘트 포장을 하면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가 파괴되고 주변 나무들도 베어 내야 하며, 포장된 도로에 차들이 다닐 경우 신선한 공기를 바라고 왔다가 오염된 공기만 마시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등산객 신모(68.대구 상인동)씨는 "앞산은 후대까지 보전해 물려줘야 할 시민 모두의 자산"이라고 포장을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포장은 하되 시멘트가 아닌 쇄석(부순 조각돌)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50여cm 깊이로 쇄석을 다져 포장하면 여물기는 시멘트 못잖으면서도 자연감은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 몇년 전부터 처리 불능상태에 빠진 철거 콘크리트 재생 쇄석을 쓰면 일거양득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시멘트로 했던 주요 농로 포장을 뜯어내고 쇄석 포장으로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배상근 교수는 "유지.보수만 제대로 이뤄지면 포장 도로와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혼합기층골재' 방식을 천거했다.
쇄석과 진흙을 섞어 다지는 포장 방법을 선택하자는 것. 비용은 콘크리트 포장보다 적게 들면서 포장 효과는 맞먹을 수 있는 외에 비포장 길과 다름 없는 자연친화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산 등산로 포장 여부 결정권을 가진 대구시 공원과는 포장 문제에 대해 아무 모색 없이 "산에는 포장도로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입장만 나타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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