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초반부터 핵문제 등을 둘러싸고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는 등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즉 남측은 핵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경제협력의 차질없는 추진만 촉구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회담장 주변에선 합의문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오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첫 전체회의에서부터 남북한은 기조발언을 통해 맞섰다.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경고한 뒤 핵무기개발 포기선언을 분명히 하고 핵동결 해제조치를 원상 회복시키는 동시에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을 철회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반면 김령성 북측 단장은 "전쟁위험은 민족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오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막고 평화를 수호하는 것은 북과 남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전 민족적 과제"라고 역설하는 등 민족공조를 역설했다.
물론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NPT 탈퇴는 "미국의 압살책동과 그에 추종한 국제원자력기구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응당한 자위조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미국을 겨냥, "핵의혹이란 유령을 만들어 중유제공까지 중단함으로써 봉쇄와 군사적 응징위협으로 나서고 있으며 전쟁위험은 우리 민족을 굴복시키고 저들의 지배아래 두려는 악의 야망의 산물"이라고 맹비난했다.
대신 경협을 비롯, 기존에 합의된 문제들은 중단없이 실천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김 단장은 "철도 및 도로연결공사, 개성공업지구 건설 등 민족공동의 이익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중대사들이 본격적인 실천단계에 들어섰으나 외세의 방해책동으로 엄중한 제약을 받고 있다"며 "협력사업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민족끼리 힘을 합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무장지대(DMZ) 남북관리구역내의 군사분계선(MDL) 통과문제에 대해선 남북한이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착공, 금강산 육로관광 등 경협의 3대 현안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남측이 최우선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양측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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